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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밀려난 이들의 폭력성은 절규…귀 기울여야

등록 2009-11-19 21:24수정 2009-11-20 09:00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맨 왼쪽)가 19일 오후 제5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소통'이 열린 부산 누리마루 아펙하우스에서 기념사를 하려고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왼쪽 둘째는 허남식 부산시장. 부산/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맨 왼쪽)가 19일 오후 제5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소통'이 열린 부산 누리마루 아펙하우스에서 기념사를 하려고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왼쪽 둘째는 허남식 부산시장.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세션1 / 영화 통해 본 아시아의 디아스포라
이산(離散)을 뜻하는 그리스어 디아스포라. 약소민족의 신산한 고통과 고단한 그리움의 정서를 품고 있는 이 보통명사가 ‘2009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의 문을 연 첫 화두였다. ‘영화를 통해서 본 아시아의 디아스포라’라는 주제 아래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중앙대 영화학과 교수)의 사회로 열린 제1 세션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학자는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교수였다.

장률 감독 ‘망종’ ‘경계’ 이봉우 제작 ‘박치기!’ 등 주목
재일조선인·조선족 등 ‘경계인’ 다룬 영화 의미 곱씹어

■ 서경식 교수의 ‘탄광의 카나리아’론 발제에 나선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교수는 ‘디아스포라’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시민권을 얻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서 교수의 ‘탄광의 카나리아’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옛날에 탄광의 갱부들은 갱내 일산화탄소 농도를 알기 위해 카나리아 새장을 들고 갱으로 들어갔다. 카나리아는 사람보다 먼저 고통을 느끼고 죽음으로써 위험을 알린다. 식민 지배의 역사 때문에 일본 사회에 태어난 재일조선인은 말하자면 ‘탄광의 카나리아’와도 같다. 재일조선인은 그 역사적 경험 때문에, 그것이 일본의 것이든 조국 것이든 모든 국가주의의 허위성과 위험성에 대해 가장 민감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는 내용이다.

토론자로 참가한 김태만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도 서경식 교수를 인용해 디아스포라를 정의했다. “근대의 노예무역, 식민지배, 지역 분쟁 및 세계 전쟁, 시장경제 글로벌리즘 등 외적인 이유에 의해, 대부분 폭력적으로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이산을 강요당한 사람들 및 그들의 후손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디아스포라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경계인들이 만든 ‘경계’에 관한 영화들 김소영 교수는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영화 <망종>과 <경계>에 주목했다. 김치 파는 조선족 여인 최순희가 주인공인 영화 <망종>의 초반에 ‘너는 조선족 새끼다. 조선말을 알아야지’라고 말하던 최순희는 “조선족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경찰에게 성폭행당한 뒤, (아들) 창호가 조선어를 연습하는 것을 보고 연습장을 찢으면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을 범한 경찰(공권력)을 향해 복수의 칼을 벼린다. 김 교수는 “김치 파는 사람이 몸도 판다는 조롱과 질타는 가부장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조선족 여자가 무엇을 매매해야 하는가를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계>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북한을 탈출하다 남편을 잃은 북한 여성이 몽골의 초원 지대에서 홀로 나무를 심으며 사막화에 저항하는 항가이라는 몽골 사내의 집에서 잠시 머물다 다시 길을 떠나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경계>는 한국, 몽골, 프랑스 3개국이 공동 참여한 영화이며 언어도 한국어(북한어)와 몽골어가 공존하는 작품이니 그 자체가 기존의 한국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 재일조선인 영화 <박치기!>의 성공 일본의 영화제작자로서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일본에서 개봉해 ‘한류 붐의 불을 지핀 인물’로 통하는 이봉우 시네콰논 대표는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있는 영화 <박치기!>의 제작 과정을 소개했다. 그가 처음 제작한 영화인 최양일 감독의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역시 재일조선인의 삶을 다룬 영화였다. <박치기!>라는 영화가 탄생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인 노래 ‘임진강’이 일본에서 30년째 금지곡으로 묶여 있어 애를 먹은 이야기,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나서 감독 인터뷰를 요청해 왔던 <산케이신문> 기자가 영화에 나오는 식민지 강제징집 대목을 이유로 갑자기 인터뷰를 취소했던 사연 등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박치기!>는 일본에서 20주나 연장 상영되며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다. 한국에서도 개봉관 하나로 2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 디아스포라는 미래의 자산 토론자로 나선 정병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는 “<박치기!>에 나타나는 재일조선인들의 폭력성은 마이너리티의 절규이며 저항”이라며 “이봉우 대표는 그런 소수자 정서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초국가적 주체로서 경계를 허무는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 들어와 있는 20만명의 조선족과 탈북자 등 디아스포라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현재와 미래의 문제”라며 “그러나 한국 사회의 지배계층이 냉담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눈 앞의 돈만을 좇는” 천박성에서 벗어나 “디아스포라의 현재성을 직시하고 그들의 경험을 우리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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