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박연차수사 지휘했던 이인규씨, 퇴임 두달만에 ‘바른’ 로펌행
대한통운 비리 등 변론맡아…중수부장때 보고 받았을 가능성
대한통운 비리 등 변론맡아…중수부장때 보고 받았을 가능성
불과 4개월 전까지 검찰의 특별수사를 총지휘하던 검사가 최근 수사가 진행중인 중요 특별수사 사건들의 변호사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이인규(51·사법시험 24회) 변호사가 그 주인공으로, 그의 처신을 놓고 ‘전관예우’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난 1월 대검 중수부장에 임명된 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다. 이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압박감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당시 중수부장이던 그는 ‘후폭풍’에 밀려 지난 7월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퇴임 두 달 만인 지난 9월 법무법인 ‘바른’에 영입됐다. 이곳은 이 변호사가 중수부장 시절 수사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변론을 맡았던 로펌이다. 또 ‘바른’은 당시 박 전 회장의 변호뿐 아니라 박 전 회장한테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변론도 맡았다. 검찰 안팎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의 상식적 처신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자, ‘바른’은 “항소심부터는 박 전 회장의 변호를 맡지 않을 것이고, 이 변호사는 1심 선고 뒤 출근할 예정”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가 출근한 뒤 ‘바른’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이 수사중인 주요 사건들을 잇따라 수임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수사중인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의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구속된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한테서 11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챙긴 ㄴ해운 김아무개 사장 등을 변호했는데, 검찰이 청구한 김 사장 등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돼 불구속 기소가 이뤄졌다.
‘바른’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중인 80억원대의 ‘골프장 건설 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공아무개(구속) 대표의 변호도 맡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변호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지난 11일 논평을 내어 “이 전 중수부장이 전관예우를 이용해 권력형 비리 사건을 변호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두 사건은 내사기간 등을 고려할 때 이 변호사가 중수부장 시절 배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바른’은 대우조선해양건설 수사로 구속기소된 건축가 이창하씨, 연구비를 지원해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식경제부 나아무개 서기관의 변호도 맡고 있다. 모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수사한 사건들이다.
검찰 내부에선 “변호사가 사건 수임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도 있지만, “특별수사를 총괄했던 이가 불과 몇 달 만에 중요 특수사건의 변호를 맞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6일 열린 이 변호사의 개업식에는 현직 법무부 차관과 대검 중수부장, 수사기획관,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 부장 검사 등 검찰 간부 10여명이 참석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