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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우리 자녀들에게 다양성을 말해 줍시다.

등록 2009-11-20 15:08

다섯 살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녀석이 최근 날씨가 건조해 지자 온 몸에 피부병이 생겼습니다. 다행이 아직 아토피까지는 아니고 그냥 알레르기성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아픈 건 괜찮은데 이 녁석에겐 왜 이렇게 염려가 많아지는지, 병원에 가기 전 며칠 동안 걱정하고, 또 열이 조금만 있어도 플루가 아닐까 염려하고, 오른 쪽 검지손가락에 긁힌 작은 생채기 하나도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내 새끼라...

오늘 기사에서 사랑하는 아들 이마에 사랑한다 붙여놓고 함께 죽은 가족 기사를 봤습니다. 아니죠 두 아들을 살인한 어미 기사였군요. 남의 새낀데도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사에 리플을 달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여기까지 글을 이어갑니다.

자신이 40년 넘게 살았던 이 사회를, 그 삶을 왜 물려주기 싫었을까요? 우울증 환자니까 지각력이 떨어져서 그랬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이해는 안갑니다. 공감할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사랑스러운 내 새끼를...

하지만, 만약 내 딸이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다면... 정말 슬픈 가정이지만 안해볼 수 없었습니다. 과연 이 사회시스템이 우리 아이를 양육시켜 줄 수 있을까,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서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소외되지는 않도록 말이죠... 자신하기 어려웠습니다.

오늘 또 스무살 앳된 모델의 자살 소식처럼... 철든 아이가 처음으로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 극단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제 어느 분의 글에서 읽은 것 처럼 우리 모두 같은 기준과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삶을 성공과 실패로 규정지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슬픈 표정으로 라도 성공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내 실패와 살붙이의 실패까지 두려워 지는 것이 아닐까요. 자살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분마저 자살로 가신 이 마당에 우리의 선택이 강요되고 있으니까요.

살인자 어미를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동정과 슬픔을 느낍니다. 여지가 없어지는 사회, 내 인생극장 속에서도 나를 조연으로 밖에 여길 수 없는 현실들, 너무 슬픕니다. 더 가치있는 것들은 없을까요, 눈만 뜨면 경제, 위기, 성공, 부자되세요... 획일적으로 내 몰리는 삶은 규격화 속에서 우리는 다를 수 없을까요. 경제적 시각 뿐만아니라 삶을 조망하고 평가하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내 몰려서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사회적으로 현재의 자리에 있고, 내 삶의 방향성은 보편성을 쫒아 왔습니다. 하지만 내 딸에게는 다양한 삶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성공하라고 내 몰고 싶지 않습니다. 긴 인생을 허비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서 함께 누리기에 조금씩 나아지는 세상을 만들어 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틀린 것, 옳지 않은 것이 있는게 아니라 다른 것,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있다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딸아이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 오랜 기간 세상에 존재해 오면서 세상의 빛이 되 준 책을 한줄하줄 곱씹으면 읽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어도 나는 변화되고 결국은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단면과 마주칠 때 오늘 하루 내 삶을 다시금 추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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