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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음주 후 성폭행 시도 ‘심신미약’ 인정과 불인정

등록 2009-11-20 15:25수정 2009-11-20 15:35

서울고법 한 재판부 다른 판결 2제
술먹고 범행대상 물색, 훔친카드 사용→1년 증형
과도한 음주 친구부인 겁탈하려다 사과→1년 감형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한 두 명의 각기 다른 피고인에게 서울고법의 한 재판부가 같은날 정반대 판결을 냈다. 한 사람의 형은 깎고, 다른 사람의 형은 높였다. ‘나영이(가명) 사건’을 계기로 음주 감경 폐지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심신미약 판단의 기준를 제시한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1

지난 6월의 어느날 밤 10시, 술에 취한 최아무개(30·남)씨는 골목을 배회하다 귀가하던 여성을 발견했다. 그 여성이 집문을 여는 순간 쫓아 들어간 최씨는 발로 여성의 얼굴을 여러 차례 차고 강간을 시도했다. 이 여성의 체크카드를 빼앗아 나온 최씨는 술과 김밥, 라면을 사먹은 뒤 카드를 하수구에 버렸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박형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강간등상해)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감안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가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걸음걸이가 지극히 정상적이었으며, 피해자의 설명대로 카드를 사용했고, 해장국과 함께 소주 3병을 마셨다고 하나 평소 주량을 넘어선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볼 때 심신 미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

지난 7월 어느날 밤 10시, 친구 집에 놀러가 술을 마신 박아무개(32·남)씨는 친구가 잠을 자러 들어가자 친구의 아내와 단둘이 남게 됐다. 박씨는 부인의 얼굴을 밀어젖힌 뒤 강간하려 했으나 비명 소리를 듣고 온 친구에게 발각된 뒤 용서를 빌었다. 서울고법의 같은 재판부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술을 마셨고, 친구가 바로 옆방에 있는데 무모하게 범행을 시도했으며, 곧 발각될 정도로 수법이 치밀하지 못했고, 반항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도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근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음주감경 자체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특히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후유증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그 설득력이 적지 않다”며 “그러나 ‘책임이 없으면 형벌도 없다’는 형사책임의 원칙과, 현행 법상 위험 발생을 인식하며 만취해 범행을 저지른 경우까지 감경을 허용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볼 때 주취상태를 심신장애의 하나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음주감경이 주장될 때 피고인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만 적극 진술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관적 진술 외에 계획 여부, 술자리 동석·목격자 진술, 범행 당시 피고인의 말과 행동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범행 후 은폐 시도 여부 및 기억 정도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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