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회고록 출간한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김대중·노무현 정부 정책에 참여
두 전 대통령 인간적 면모 등 담아
“미디어법, 조중동만 살리겠단 것”
김대중·노무현 정부 정책에 참여
두 전 대통령 인간적 면모 등 담아
“미디어법, 조중동만 살리겠단 것”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곁에서 보좌하고 지켜본 정동채(사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른바 ‘조·중·동’ 등 주류 언론을 대하는 두 대통령의 사뭇 달랐던 접근방법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에 비서실장인 나를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장들에게 심부름을 보내 용건을 설명하게 했다. 편집국장, 정치부장 또는 출입기자와는 식사를 하거나 휘호 등을 선물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아예 접촉을 스스로 차단했다. 언론 접촉의 중요성을 말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건의하면,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딱 잘랐다. …노 후보는 ‘디제이(김대중)가 얼마나 당했나요? 잘해준다고 논조가 달라지기나 합디까?’ 하고 되물은 적이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8일 출간한 회고록 <동고 동락 동행>(생각의나무 펴냄)에서 노 전 대통령을 “정면 승부사”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든 상황을 또렷이 바라본다. 정면으로 응시하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승부를 건다. 회피하지 않는다. 구차한 변명 따위는 아예 없다. 잘못했음을 깨끗이 시인하고 사과한다. 면구스럽다는, 송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무릎을 꿇지 않는다.”
그는 “두 전 대통령만큼 주류 언론들로부터 비판인지 비난인지가 구분되지 않는 조롱과 저주를 받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주류 언론과 “전쟁을 했다”고 했다.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선택도 “구차한 변명 없이 죽음마저도 정면 돌파하려 했을” ‘정면 승부사’ 기질과 연결지은 그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당시 이미 “저러시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시게 될지도 모른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는데 불길한 예측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가 출간 계기가 됐다는 <동고 동락 동행>은 지은이의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는 많은 얘기들을 담고 있다. 책은 그가 1980년 신군부의 강압으로 <합동통신>에서 해직당한 뒤 미국에 건너가 처음 만나 맺게 된 김 전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중심으로 한 1부,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과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보좌했던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다룬 2부, 언론인과 정치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3부로 구성돼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두 분 대통령의 인간적 체취를 느낀 그대로 쓰고자 했다.” 민주정부 10년의 주요 참여자이자 산증인 가운데 한 사람인 그가 두 대통령에게 보내는 헌사이기도 하다.
그가 ‘행동하는 양심’ ‘선생님’이라며 무한한 존경을 표시한 디제이 관련 부분은 예전에 써 놓은 것을 토대로 보완했으나 노 전 대통령 관련 부분은 새로 쓴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받은 충격과 장시간의 영결식 참석 때문에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한다. 두 분의 운명은 연결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는 그 자신의 삶도 두 대통령과 운명적으로 얽혀 있다.
정 전 장관은 지금도 언론 상황이 그때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주류 언론의 변화 없이 나라의 앞날이 순탄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특히 특정 신문의 패악을 거론했다. 그는 그럼에도 미디어 관련법을 강행한 정부 여당의 생각은 “기왕에 시장을 지배해온 조중동만이 신문시장에서 살아남으면 됐지 다른 신문과 지역신문은 고사하든지 말든지 놓아두자는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생각의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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