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 뜯어보니] 지역·전문가 반응
이완구 충남지사 “일 거꾸로 한다”
대구시의회 “균형발전 훼손” 결의
이완구 충남지사 “일 거꾸로 한다”
대구시의회 “균형발전 훼손” 결의
정운찬 총리 주재의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23일 두번째 회의를 열어 행정도시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전국의 시민단체와 지방정부들은 “이미 원안에 모두 나와있는 방안”이라며 “지역민을 더이상 우롱하지 말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대구시 의회(의장 최문찬)는 23일 ‘이명박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훼손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구시 의회는 이날 채택한 결의문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세종시의 기능 변경으로 인해 대구경북의 첨단의료복합단지나 대구국가산업단지 건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정부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 의회는 이어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성공시키기 위한 정부의 방안을 밝혀달라”며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부정책이 지속될 경우 250만 대구시민과 함께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의회는 전체 의원 29명 가운데 28명이 한나라당, 1명은 민주당(비례대표)이다.
행정도시 원안 추진을 요구해온 이완구 충남지사는 “일의 순서를 볼 때, 도시 성격에 대한 어떤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실천방안이 나와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실천 방안도 이미 원안에 나와 있고, 그나마 일도 거꾸로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지사는 정 총리을 겨낭해 “행정도시 성격을 총리 입으로 다섯 번이나 바꾸면서도 충청권의 책임있는 어느 누구와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사실이 없다”며 ”다섯 번이나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는 철학과 방향성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며 절차적으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의 연구개발 단지인 대덕연구특구를 30년 동안 발전시켜온 대전시도 발끈하고 나섰다. 이택구 대전시 경제과학국장은 “행정도시에 무조건 연구기관 등을 유치하려 한다면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격이 될 것”이라며 “행정도시에는 대덕특구 등 다른 연구개발단지와 차별적인 기업이나 연구기관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도시 무산음모 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 금홍섭 대표는 “이미 행정도시에 60여개의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연구기관들이 이전하기로 돼 있었다”면서 “연구기관과 교육기관 등은 이미 모두 계획에 반영돼 있던 것인데, 마치 새로운 것을 유치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형기 충북대(행정학) 교수는 “행정도시로 이전하기로 돼 있던 연구기관들은 행정부처에 따라 움직이게 돼 있었던 것인데, 정부가 이런 상식을 뒤짚으면서 일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여야가 법으로 정한 것을 아무런 권한도 없는 민관기구에서 변경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수십년 동안 많은 수단을 동원해도 수도권 과밀이 완화되지 않아서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지방으로 가겠다고 한 것이 행정도시 정책인데, 정부가 가지 않겠다고 하니 좋은 대안이 나올리가 없지 않느냐”고 답답해했다.
손규성 기자 sks219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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