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협상 논란
‘자베즈 파트너스’ 금감원 등록안돼 실체 불분명
자금조달 능력 의문 속 ‘졸속 처리’ 논란 가속화
‘자베즈 파트너스’ 금감원 등록안돼 실체 불분명
자금조달 능력 의문 속 ‘졸속 처리’ 논란 가속화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떠오른 대우건설 매각 완료 시점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매각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연말까지 4조원에 이르는 풋옵션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졸속으로 대우건설을 넘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노무라 증권과 함께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를 맡고 있던 산은이 24일 돌연 매각 주간사 역할 포기 사실을 공개한 것은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산은이 지난 23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 곳 중 한 곳인 자베즈 파트너스에 1조원 이상의 인수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점은 그동안 졸곧 제기됐던 인수 후보자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혹과 함께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자베즈 파트너스는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등 중동계 자본과 국내 자본에서 인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예상 인수자금의 65~75% 정도만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나머지 25~35%를 산은이 메워준다는 것이다.
산은이 자베즈 파트너스와 함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국계 자본을 주축으로 삼고 있는 티아르(TR)아메리카 컨소시엄이란 경쟁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자베즈 파트너스에 인수 금융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푼이라도 더 높은 많은 매각 대금을 확보해야만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정을 고려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자베즈 파트너스는 대우건설 인수가격으로 주당 2만원~2만2000원을, 티아르아메리카 컨소시엄은 2만원에 못 미치는 인수 예정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파격적인 금융 지원을 등에 업은 자베즈 파트너스의 실체는 대우건설 매각 작업과 관련한 대표적인 미스터리로 꼽힌다. 3조원을 웃도는 대형 거래에 실체가 불분명한 인수자가 등장한 게 매우 이례적인 데다, 회사 자체의 성격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자베즈 파트너스는 알려진 것과 달리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피이에프는 설정 이후 2주내에 금융감독원에 등록을 해야 하지만 이 회사는 아직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법상 법인도 아니며,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도 자베즈 파트너스란 상호는 나타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도 자베즈 파트너스의 실체에 대한 검증에 매각 주간사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진행될 본실사 과정에서도 자베즈 파트너스의 실체에 대한 추가 검증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자베즈 파트너스가 베일에 가려진 여타 투자자들과 별도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선 피이에프의 재무적투자자(LP)가 펀드 운용자인 무한책임회사(GP)의 경영에 관여를 못하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임원은 “자베즈 파트너스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2~3년 대우건설을 경영한 뒤, 이번에 자금을 넣은 쪽에 대우건설 지분을 되팔 수도 있다”며 “이런 약정이 이미 체결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투자자와 자베즈 파트너스간의 별도 계약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경락 황예랑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황예랑 기자 sp96@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