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지역발전안 재탕
국토부 명의로 내놔…국무총리실 “위에서 지시”
혁신 기업도시 불만·특혜시비 피하려 급조 흔적
국토부 명의로 내놔…국무총리실 “위에서 지시”
혁신 기업도시 불만·특혜시비 피하려 급조 흔적
“이미 몇 달 전에 발표된 정책을 굳이 끼워넣은 이유를 모르겠다.”
정부가 23일 세종시 수정안에서 비롯된 ‘특혜 시비’를 피해가려 내민 ‘지역발전정책 추진현황 및 계획’ 자료를 본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적잖이 당혹스러워했다. 두달여 전 지경부가 ‘지역발전 5개년 계획안’으로 발표했던 내용이 ‘국토해양부 명의’로 나온 이날 보고 자료에 고스란히 포함됐기 때문이다.
5개년 계획안은 전국을 5대 광역경제권과 2대 특별경제권(5+2)으로 나눠, 권역별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내용으로 지난 9월16일 발표됐다.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04~2008년)’을 현 정부가 기조를 수정해 추진중인 정책이다. 광역경제권 외에 163개 시·군 기초생활권과 초광역개발권에 대한 발전전략도 담겼다. 이 관계자는 “왜 지경부가 발표한 내용을 국토부 명의로 다시 자료를 만들었냐고 국무총리실에 따졌더니, ‘위에서 내려온 조처’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혁신·기업도시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에 나왔던 다른 지역발전정책들까지 두루 홍보하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지역발전 5개년 계획안은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따라 새롭게 수립된 정책이다. 지난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이 형평성 확보에 치우쳐 실질적 지역발전 성과는 미흡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런 평가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 배경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에 대한 평가를 부각시켜, 현 위기를 수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중복된 홍보’에 치중하는 것은, 세종시가 혁신도시의 발목을 잡는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킬 새로운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혁신도시의 자족시설용지 약 38% 확대 등 몇 가지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대체로 이미 발표했던 정책을 다듬은 정도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4일 성명을 내어 “정부의 수정안은 기업, 연구소, 교육시설은 물론이고 녹색의 정주환경 등을 일시에 한곳에 옮겨 놓으려 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본적으로 세종시 건설의 큰 틀이 바뀌게 되면, 혁신도시 등의 ‘차질 없는 추진’은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는 “세종시는 혁신·기업도시와 한 묶음인데, 정부는 이를 이원화해서 대책을 세우려고 하니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오기 어렵다”며 “세종시 건설 수정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른 지역과의 종합적 고려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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