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문협회 창경궁 환송만찬에 쏟아진 네티즌의 비난
“이런 신발끈들! 궁궐서 또 XX들이냐. 창경궁이 뭐 호텔이냐, 밥집이냐. 뭐냐?”(엠파스 토론방 ‘luice68’)
“문화재 맞느냐? 그러고 언론 탄압 받는다고 죽는 소리 해댔냐? WAN 회장 직무대행 하는 말 가관이더구먼. 전에 검사들 만찬할 때는 그렇게 두들겨 패더니 언론사 사장 XX들은 괜찮니? 지들 일이라고 일언반구도 없드만 캬~악 퉤.” (〃 ‘앤디501’)
“글게 말입니다. 그 쉐이들도 남이 하면 불륜 지가 하면 로맨스인 파파라치 쉐이덜”(〃 ‘영3838’ )
“다른 곳도 아닌 창경궁에서… 기자들이 못 배워서 그런 것은 아닐 테고, 많이 배우면 뭐하느냐? 이눔둘아. 이 나라 숭고한 역사 앞에서 예를 갖추지도 못하는 것들이 무슨…”( 〃‘ra7091’)
“작년에는 국제검사회의 때 그러더니 똑같은 추태를 똑같은 힘있는 한국의 검사들, 한국의 신문쟁이들 두 놈들 다 권력의 맛을 알고 즐기는 족속들 아냐! 그래 옳다. 권력 있으니 지들 하고 싶은대로 하고 즐기고 싶은대로 맘껏 즐기거라!” ( 〃‘jkyang49’)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 문화재 내에서 행사를 하겠다는 놈들이나 그걸 허가해준 놈들이나 똑같은 것들 아닌가. 한 나라의 유적에서 만찬을 벌이는 광경을 어디서 볼 수 있던가. 그것도 국가의 정통성을 대변하는 궁궐 같은 건물에서 만찬이라” ( 〃‘루스9001’)
“남이 하면 불륜, 지가 하면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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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조건물 주변 곳곳에는 전기줄이 얽혀 있어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사진 :시민단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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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창경궁 명정전 앞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환송 만찬에서 참석자들이 궁궐 관람 금지사항을 어기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 행위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언론권력’ 앞에 무뎌진 문화재 보호 실상과 세계신문협회 소속 언론인들의 문화재 보호의식을 질타했다.
이날 환송 만찬은 5월29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세계신문협회 총회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한국신문협회가 주관했다. 장대환 한국신문협회장(매일경제신문 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언론사 사주와 발행인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이례적으로 이명박 서울시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명정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문화재관리청의 장소 사용규정에 따라 ‘장소사용 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문화재청은 장소사용 심의위원회를 구성조차 하지 않고 이번 행사를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가 대상도 당해 궁궐과 관련 있는 행사나 공익목적 행사로 제한하고 있다. 또, 창경궁 관람안내 푯말에도 △지정된 장소 외 흡연 △술, 도시락, 애완동물 반입 등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의 만찬장으로 사용된 창경궁 명정전은 궁궐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지난 85년 국보 제226호로 지정됐다.
네티즌들 “누가 니나노 식당 만들어 놓으라고 했냐”
이에 대해 네티즌 ‘영어짱’은 “세계신문협회가 남의 나라 국보급 문화재인 줄 알면서도 태연히 저런 몰상식한 짓을 자행했다”고 말했고, 네티즌 ‘snnkmj’는 “거기서 모임을 하는 것들이나 한다고 허가해주는 것들이나 받아가는 월급이 아깝다”고 비난했다.
일부 네티즌은 지난해 9월 국제검사협회 전체총회 만찬 때 경복궁 경회루 사용 허가에 이어 세계신문협회 총회 만찬 등 문화재청의 장소사용 허가에 대해 문제 삼았다.
네티즌 ‘ihanasystem’은 “문화재청에서 문화재청이 할 일을 안 하면 누가하냐”고 따졌고, 다른 네티즌은 “문화재청 임대료로 잘 번다. 그 돈 600만원 벌어서 어디다 쓸가?? 문화재 유지보수비????”라고 비꼬았다. 네티즌 ‘마이베쓰’도 “문화재청장인 유흥준 선생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이렇게 문화재 앞에서 술 먹고 담배피우라고 만든 책이냐”며 “홍보를 하려고 열었다지만 홍보를 하려고 문화재 앞에서 고기 먹고 술 먹고 담배피우지는 않습니다. 이런 행위는 기생집에서 해도 충분할 텐데 문화재청장의 자세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 ‘justinsyd’은 “문화재청은 주류반입과 흡연금지를 조건으로 신문협회 행사를 허가해준 것이고, 신문협회가 규정을 어기고 멋대로 술 마시고 담배피운 것”이라며 “언론인들이 각성해야 할 문제지 문화재청장의 탓이 아니다”고 말했다. 네티즌 ‘댐킬러’도 애초 허가조건과 달리 행사를 치른 것에 대해 “간단한 모임이랬지~ 누가 니나노 식당으로 만들어 놓으라고 했냐?”며 따졌다.
노회찬 의원 “문화재는 그들만의 전유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1일 ‘고궁은 검사들의 술자리, 신문사의 만찬장인가’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작년 9월 검사들의 경회루 만찬으로 몸살을 앓았던 문화재청이 1일 저녁 또다시 창경궁 명정전에서 세계신문협회(WAN)의 만찬을 허가했다”며 “소중히 가꾸고 보존해야할 문화재는 그들만의 전유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노 의원은 “창경궁 명정전의 경우 ‘장소사용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은 채 허가해 스스로 관리 의지를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한다”며 “문화재관리청은 지난 3월11일 장소 사용과 관련 심의위원회의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을 만들었지만, 장소사용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도 않은 채 이 행사를 허가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미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은 사항”이라고 반론을 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세계신문협회 만찬 참석자들이 명전전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 행위에 대해서는 “좀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관리지침이나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