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종 변호사
‘와당 전문가’ 유창종씨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서 특강
“와당은 한국과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에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만들어진 미술품이며, 그 시대와 지역의 예술적 특징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24일 저녁 중국 최고 명문 미술대학인 베이징의 중앙미술학원 강의실, 와당(기와 끝을 막는 막새) 전문가로 유명한 유창종(64·사진) 변호사가 40여명의 중국 미술학도들에게 수십년 동안 공들여 수집한 와당 사진들을 하나씩 보여주며 유창한 중국어로 특별강연을 했다. 유 변호사는 1978년 충주에서 검사로 일하면서 충추 탑평리에서 출토된 연꽃무늬 와당을 처음 만나 ‘와당 수사’에 푹 빠지게 된 인연을 소개하며, “와당에 담긴 문화·역사·철학을 배우다 보니 어느새 와당이 인생의 스승이자 좋은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30년 그는 ‘기와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됐다. 그는 “중국의 전국시대가 와당의 제1차 전성시대라면 중국에서 와당을 수입한 한국의 통일신라 시대는 예술적 가치에서 제2차 전성시대였다”며 “한국인들의 높은 예술성과 중국 문화의 위대함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베이징 대표처를 책임지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유 변호사는 이번 학기에 중앙미술학원이 한국미술사 과목을 개설하도록 한 ‘산파’다. 중앙미술학원에서 와당 특강 요청을 받은 뒤, 인도나 일본 미술사 강의는 있어도 한국미술사는 개설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대학쪽을 설득한 것이다. 이번 9월 학기부터 개설된 이 강의는 중국 내 미술대학에서 처음 생긴 것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지낸 유 변호사는 공들여 수집한 와당과 기와 1800여 점을 2002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지난해 5월에는 서울에 ‘유금 와당박물관’을 설립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중·일 삼국의 와당을 분석한 <동아시아 와당문화>를 펴내기도 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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