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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이 영화보고 할매할배들 속지 말라고!

등록 2009-11-26 19:21수정 2009-11-26 19:24

주인공 순애역을 맡은 오제분(앞줄 오른쪽 네번째)씨를 비롯 울산미디어연대의 ‘할매할배 영화만들기’ 강좌 수료생들이 직접 만든 졸업작품 <보이스 피싱>를 보고 난 뒤 스텝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주인공 순애역을 맡은 오제분(앞줄 오른쪽 네번째)씨를 비롯 울산미디어연대의 ‘할매할배 영화만들기’ 강좌 수료생들이 직접 만든 졸업작품 <보이스 피싱>를 보고 난 뒤 스텝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울산 어르신들 20분짜리 영화 제작
‘보이스피싱’ 주제로 대본쓰고 출연·촬영까지
끼니 거르고 10월 한파 버티며 8개월만에 완성

지난 25일 오전 11시 울산 남구 달동 울산미디어연대 교육관에 불이 꺼지자 스크린에 <보이스 피싱>이란 제목이 떴다. 긴장감이 돌던 객석에선 화면에 배우가 등장하자 웃음이 터졌다. “아이고. 내가 저리 못생겼나?”. 주인공 순애 할머니역을 맡은 오제분(68)씨는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인지 한숨을 쉬었다. “마, 그만하면 됐구마. 더 잘 나왔디.” 곁에 있던 할머니들이 애써 위로의 덕담을 건네자 오씨의 얼굴엔 미소가 퍼졌다.

<보이스 피싱>이 상영되는 20분 동안 객석은 잔칫집 같았다. 시사회가 끝나고 따로 모인 출연 배우들은 대부분 “다음에 출연하면 잘할 수 있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영화는 60대 후반~70대의 마을 어르신 7명이 난생 처음 만든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심 소재는 오씨가 제안한 주변 친구들의 보이스 피싱 피해 사례, 이를 바탕으로 머리를 맞대고 살을 붙여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10명의 출연진 가운데 주인공의 아들 부부와 버스기사를 뺀 7명은 어르신들이 직접 맡았다. 각본·출연 외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촬영과 편집에도 일부 참여했다.

영화 제작 프로젝트는 3월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울산미디어연대가 주최한 사진 교실에서 호흡을 다진 이들이 내친 김에 영화에 도전하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울산미디어연대가 소매를 걷고 지원했다. 먼저 ‘영화란 무엇인지’, ‘시나리오는 어떻게 쓰는지’ 등 영화에 대한 기본 이해와 이론을 가르쳤다. 이어 캠코더 기능을 익히는 실습을 했다. 카메라 작동원리와 현장 실습을 통해 어르신들의 실력은 날로 늘어갔다. 가출한 주인공을 찾아 나서는 형사역을 맡은 이두호(69)씨는 “몇 달 동안 캠코더를 배우면서 영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카메라 다루는 기술도 늘었다”고 자랑했다.

가장 문제였던 주인공의 집 촬영무대는 가장 연장자인 김종열(75)씨가 선뜻 제공했다. 의상과 소품도 그가 희사했다. 촬영은 10월에 집중됐다. 엔지(NG)가 자주 나서 촬영시간이 길어져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거리촬영 때는 갑자기 불어닥친 추위로 손발이 얼었지만 어르신들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갖은 고생 끝에 영화는 8개월 만에 완성됐다. 울산미디어연대 김진영 대표는 “배경 음악이 깔리지 않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갈 때마다 대사가 끊기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문화에서 소외된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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