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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꽃다운 나이에 진 내 딸…진실 밝혀야

등록 2009-11-29 18:19수정 2009-11-29 19:05

이을화(73)씨
이을화(73)씨
‘대한항공 폭파사건’ 22주기 추모제 참석한 이을화씨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에서는 22년 전 사고를 기리는 ‘작은’ 추모제가 열렸다. 22년 전, 버마(현 미얀마) 상공을 날던 비행기가 갑자기 폭발했고, 승무원과 탑승객 115명 전원이 숨졌다. 이른바,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이다.

“사람들은 드라마처럼 황당무계한 음모론이라고 하지만, 이 사건의 진실이 그만큼 오리무중입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그것을 속시원히 알고 싶을 뿐입니다.”

유가족 이을화(73·사진)씨가 헌화한 뒤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사고에서 딸 신정섭씨를 잃었다. 딸은 당시 22살의 대한항공 승무원이었다.

“딸한테 전화 올까 이사 안가고 번호 안 바꿔…

국가기관 기대 안해…길에서 싸움 계속할 것”

“원래 딸은 오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사고 비행기를 타기로 돼있던 동료가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해 그날 새벽 4시에 집을 나섰어요. 왠일인지 ‘가기 싫은데 …’를 연발하던 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요. 그 때 딸을 못잡은 게 한입니다.”

그 뒤로 20여년간, 이씨는 지인들에게 밤에는 전화하지 못하도록 했다. “딸아이 시신조차 못 봤습니다. 죽었다고 믿을 수 없었어요. 딸아이가 외국에서는 주로 밤에 전화를 거니까 혹시라도 전화가 올까봐, 남들한테는 밤에 전화 걸지 말라고 했어요. 집은 20년 넘게 이사도 안 가고 전화번호도 안 바꿨어요.”


그러나 이제 이씨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됐다.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 시도가 두 번 있었습니다만, 가족들은 비행기 파편 하나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테러범’이라던 김현희는 사면된 뒤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죄를 묻고, 어떻게 한을 달래야 합니까.”

이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결국 지난 7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취하 신청서’를 냈다. “국가 기관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습니다. 다만 진실화해위가 제대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사유를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국가가 아닌 길 위에서 진실규명을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겁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사진제공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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