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드러내줄 상징 필요해서 검찰, 배지달기로
검찰이 체포나 압수수색 등 수사와 관련한 공무수행을 할 때는 신분을 드러내는 배지(사진)를 달기로 했다. 검찰 공무원에게는 사명감을, 국민에게는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검찰은 설명했지만, ‘수사 패러다임 변화’를 내건 검찰이 내실을 다지기보다 형식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은 30일 김준규 검찰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검사와 수사관 60여명에게 검찰 배지를 달아주는 수여식을 열었다. 웬만한 메달 크기인 이 배지에는 검찰 마크와 함께 검찰을 뜻하는 ‘Prosecution Service’가 돋을새김돼 있다. 검찰은 “영문 표기도 종전의 ‘Prosecutors’ Office’에서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의미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배지는 직접 수사와 형집행을 하는 검사와 수사관들만 달 수 있으며, 수사 분야에서 다른 보직으로 옮기면 반납해야 한다. 수사 검사가 아닌 김 총장은 상징적인 일련번호 ‘000001’를 받았다. ‘000002’ 배지는 대검 중앙수사부 수석 연구관(검사)에게 부여됐다. 전국의 수사 검사와 수사관 4500여명에게도 배지가 전달됐다.
김 총장 취임 직후인 지난 9월, 그의 지시로 제작에 들어간 배지의 값은 개당 1만원 정도라고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과 달리 검찰은 제복이 없어 신분을 드러내줄 상징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검찰 배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과 달리 시위 진압이나 강·절도범 체포 등 ‘현장’에 나설 일이 거의 없는 검찰이 설립 61년 동안 없었던 배지를 왜 지금 달아야 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일선의 한 검사는 “검찰이 언제 제복이나 배지가 없어서 수사를 못한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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