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4개대, 총장-이대엽 시장 만찬뒤 인터넷홍보
‘통합의 유령이 대학가를 떠돌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내 대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성남·광주·하남 등 3개 시 행정구역 통합 당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팝업창’이 일제히 떠 뒷말이 무성하다. 팝업창은 특정 웹사이트에 어떤 내용(광고 등)을 표시하기 위해 인터넷홈페이지를 열 때마다 생성되는 새 창을 말한다.
경원대학교와 을지대학교, 신구대학, 동서울대학 등 성남시내 4개 대학은 지난 24일부터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성남·광주·하남시 통합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 통합시! 무한 가능성의 시작입니다’라는 제목의 팝업창을 동시에 띄우고 있다. 이 창을 열면, ‘3개 통합시 권한은 광역시에 준하며 개발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등 통합의 장점을 설명한 것은 물론, 통합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예산 심의권을 가진 시의원 수가 광주·하남시보다 성남지역이 많아 성남시 예산이 광주·하남으로 흘러들어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아, 화합과 상생을 내세우며 통합을 추진하는 성남시가 광주·하남시를 개발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대학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재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일반인들은 통합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이런 팝업창을 보아야 한다. 특히 이런 홍보는 지난 23일 이대엽 성남시장과 이들 대학 총장들이 저녁식사를 한 뒤 일제히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학교 건물의 증·개축이나 행정기관 지원 사업 등이 필요한 대학들이 성남시의 압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대학 쪽에서 행정구역 통합을 알고 싶어하는 학생이 많다는 요청에 따라 관련 자료를 보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이 창을 띄우게 된 동기에 대해선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대학의 관계자는 “기말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행정구역 통합에 무슨 관심이 그렇게 많겠느냐”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일종의 정치 게임에 학문의 전당인 대학까지 끌려들어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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