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5·18기념식 추모곡 공모
국가기념행사인 5·18 기념식장에서 2004년부터 추모곡으로 불리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자칫하면 5·18 관련 행사에서 퇴출될 위기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1일 “앞으로 각급 학교에서도 5·18 기념식을 여는 등 기념식을 확대하려고 하는데 현재 5·18을 기리는 공식 기념 노래가 없어서 ‘5월의 노래’를 제정해 보급하려 한다”며 “5·18 관련 단체들이 반대를 하지 않으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훈처는 내년 5·18 기념행사 이전까지 국민 공모 방식으로 ‘5월의 노래’를 만들 계획이다. 이 노래가 만들어질 경우 그동안 5·18 행사에서 공식 추모곡 노릇을 해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의 이런 방침은 지난달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노조 행사 때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기가 포함된 민중의례를 금지한 조처와 맞물려, 이 노래의 시대적 의미와 역사적 상징성을 무시했다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이명박 정부가 민주화의 역사를 모두 지우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모든 것을 독재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성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처절한 역사의 현장에서 만들어졌고, 후대에 이어 그 정신을 기리고자 불려져온 노래를 사장시키고 새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역사의식은 ‘빵점’”이라며 ‘5월의 노래’ 제작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 노래는 광주민중항쟁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과 그 한 해 전 숨진 노동자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배경으로 한 노래굿에서 81년 처음 발표돼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권혁철 이정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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