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참사’ 현장을 찾은 문규현 신부가 철거민들과 반갑게 얼싸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단식중 입원’ 41일만에 용산찾은 문규현 신부
“천당에 가는 대신 이 땅에서 천당을 일궈가라는 뜻 아니겠나?”
11일 동안의 단식농성, 탈진, 그리고 한때 심장이 멈추는 생사의 고비. 문규현(64) 신부가 그 고비를 넘어 1일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리고 이날 곧바로 단식농성을 벌이던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다. 지난 10월22일 쓰러졌으니, 41일 만이다.
용산참사 현장을 지키던 유족과 철거민들이 문 신부를 반갑게 맞았다. 유가족 권명숙(47)씨는 “신부님께서 유가족 곁으로 돌아오셔서 정말 너무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문 신부는 심장이 멈출 때를 대비한 심장 보조장치를 몸 안에 달고 있으면서도, 유족과 철거민들을 위로하고, 농성 중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을 격려했다.
문 신부는 병세를 묻는 질문에, 잠시 쓰러질 당시를 떠올렸다. “병원에서 깨고 나서,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어.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완전히 죽은 거였지. 사제 생활 33년 만에 죽었다가 사흘 만에 부활한 셈이지.”
그는 “나도 죽었다 살아났다고 생각하지만, 용산참사가 일어나고 지금까지 300일이 넘는 시간은 죽음의 시간이었다”며 “용산참사가 잘 해결되어 우리 모두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이날 유가족들과 점심을 함께한 뒤 요양을 위해 전주 평화동성당으로 떠났다.
글·사진/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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