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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길고양이 200여마리 굶어 죽을 판

등록 2009-12-02 10:10

영동 정은숙씨, 10년 넘게 보살펴와
동물보호단체 사료지원 중단 ‘막막’
충북 영동서 집 없는 길고양이를 거둬들여 10년 넘게 돌보는 50대 주부가 사료값 조달을 못해 200여 마리의 대식구를 굶길 위기에 처했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영동군 매곡면 장척리 정은숙(50.여)씨는 요즘 200마리가 훌쩍 넘는 고양이 가족의 생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동안 정씨를 후원하던 동물보호단체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9월 사료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비상금을 털어 당장 필요한 사료는 구입했지만 이마저 동나면 하루 7만~8만원을 웃도는 사료값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씨는 10여년 전 집 주변을 맴돌던 고양이가 불쌍해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서 길고양이 '대모'가 됐다.

그녀 집을 찾는 고양이 수가 점차 불어나더니 몇 해 만에 100마리가 넘는 대식구를 이뤘다.

3년 전 그 중 30여 마리가 쥐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에 중독돼 집단폐사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정씨는 이웃의 도움을 받아 부랴부랴 50㎡ 남짓한 사육사(비닐하우스)를 짓고 고양이를 가둬 돌보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 안에 가두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격리하고 주변 농가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다행히 그 무렵 한 동물보호단체와 인연이 닿으면서 매달 고양이 사료를 지원받고 불임(중성화)수술을 통해 무분별한 번식도 막을 수 있었다.

한해 2차례, 한꺼번에 4~6마리씩 새끼 낳는 고양이 번식조절을 위해 그동안 100마리가 넘는 수고양이를 중성화시킨 덕에 그녀 집 고양이는 200마리 남짓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정씨는 "우리집 수고양이는 대부분 중성화 수술을 받았지만 새로 유입되는 길고양이를 붙잡아 수술하기 위해 요즘도 포획틀을 설치한다"며 "번식력이 뛰어난 고양이와 공존하려면 중성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먹이를 주거나 사육장을 청소하면서 오랜 시간 정을 붙이는 사이 고양이한테는 '코코', '코비', '흰빰이', '똘똘이' 등 이름도 생겼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그녀는 일일이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틈날 때마다 건강상태도 꼼꼼히 살핀다.

그녀는 "몇 해 전 덫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 고양이를 데려다가 치료해줬는데 그 뒤 내 모습만 보이면 달려와 몸을 부비거나 애교부린다"며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한테 신뢰와 친근감을 표시하고 제 새끼를 애지중지 돌보는 모성애를 보고 있으면 인간보다 낫다고 느낄 때도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양이 먹이해결을 위해 최근 행정기관과 사료제조업체 등을 찾아다니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디서도 신통한 답을 듣지 못했다.

"각계에 손을 내밀어 봤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는 그녀는 "200마리가 넘는 대식구가 굶지 않으려면 적어도 하루 20㎏의 사료가 필요하지만 그 많은 양을 혼자 조달하는 게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형편이 어렵다고 고양이를 풀어놓으면 길거리를 헤매다가 로드킬 당하거나 덫, 올무 등에 걸려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고양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 (영동=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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