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대구 중앙로 가보니
상인들은 ‘기대반 우려반’
간간이 얌체 택시들 질주
상인들은 ‘기대반 우려반’
간간이 얌체 택시들 질주
1일 오전 10시30분 전국 처음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시행된 대구 도심지 중앙로에서 만난 대구시민들은 “차량들이 판을 치던 도심지가 이제 시민들 품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환영했다.
중앙로 들머리인 대구역 네거리에서 만난 김수길(58·상업)씨는 “일 때문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중앙로를 찾고 있다”며 “오늘 아침에 보니 인도가 넓고 깨끗해져서 걷기도 편하고 보기도 참 좋다”고 말했다. 수능시험을 끝내고 친구와 함께 시내에 나왔다는 고교 3학년 조한슬(18)양은 “걷는 길이 넓어져서 좋고, 차도 적어져 중앙로를 지나는 시내버스가 빨리 달리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기뻐했다.
대구시는 대구역 네거리~반월당 네거리(1.1㎞)를 시민들이 찾아오는 거리로 만들자는 취지로 이곳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4m씩인 양쪽 인도 너비를 8m 정도로 넓히고, 횡단보도도 종전 3곳에서 7곳으로 늘려 보행자 중심 거리로 바꿨다. 차도는 왕복 4차로에서 왕복 2차로로 절반으로 줄이고, 시내버스와 긴급차량 등을 제외한 택시와 승용차의 통행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이날 시내버스의 주행 속도는 평소의 시속 10.9㎞에서 25㎞로 2배 이상 빨라졌다.
대구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시민들이 몰리면 상권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주변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옷가게를 하는 윤희정(56)씨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장사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패를 만들어 파는 상인 배재현(69)씨는 “승용차와 택시가 다녀야 손님이 찾아올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시작된 첫날이어서 그런지 중앙로에 통행이 금지된 승용차와 택시들이 여전히 눈에 띄었다. 교통순찰차가 단속을 해도 통행이 그치질 않는다. 또 음악분수가 만들어져 물이 뿜어져 나온다고 시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음악분수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실개천은 너비 30㎝, 깊이 30㎝ 규모였는데,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첫날부터 발을 헛디디는 사고가 잇따랐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현재 부산과 대전에서도 계획중이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상인들의 반대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원재 시 교통국장은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도심지를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꾸고 쇠퇴하는 도심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성공 여부는 시민들의 참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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