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25일 1박2일 동안 경기 김포시에 있는 ㈜그린베레의 ‘해병대 캠프’에서 훈련받은 경기 고양시 ㄷ고등학교 학생 12명이 ‘누워서 몸통 들기’를 하고 있다. ㈜그린베레 해병대캠프 리더십교육센터 누리집
고양시 고교 ‘캠프’ 강요…학생들 반감만 키워
학부모엔 ‘어떠한 처벌도 감수’ 서약서 요구도
학부모엔 ‘어떠한 처벌도 감수’ 서약서 요구도
“통나무를 들고 앉았다 일어서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줄사다리 오르고…. 사진으로만 봤던 삼청교육대가 따로 없었어요. 우리가 군인도 아닌데, 이걸 왜 해야 하죠?”
전아무개(18)군은 지난달 24~25일 1박2일 동안 경기 김포에 있는 ‘해병대 캠프’에 다녀왔다. ㈜그린베레가 운영하는 이 캠프에선 첫날 오전 10시 입소식을 마친 뒤, 피티체조와 기초유격훈련을 받았다. 저녁 7시부터는 해병 정신교육, 상황판단 훈련, 침묵명상을 한 뒤 자정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도 비슷한 훈련이 이어졌다.
전군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ㄷ고 3학년 학생이다. 수능시험 치르기 1주일 전, 학교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다 들켰다. 그 벌로 이번에 동급생 11명과 함께 해병대식 훈련을 하는 캠프에 다녀온 것이다. 방학에는 1·2학년 학생 60~70명이 역시 같은 곳에 보내질 예정이다.
이 캠프에 다녀온 학생들은 흡연·학내폭력 등으로 교정훈련, 학내봉사, 사회봉사 등의 징계를 받은 학생을 비롯해, 1~3점씩 받는 벌점이 15점 넘게 쌓인 아이들이다. 이 학교는 △교직원 등에게 인사를 하지 않거나 △실내외에서 떠들거나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으면 벌점을 매긴다. 지각과 같이 전통적인 것도 있지만, △입술보호제 또는 선크림을 바르거나 △교복 넥타이를 매지 않거나 △껌을 씹어도 벌점을 받는다. 벌점 항목은 모두 54가지로, 한 차례에 1~3점씩 매겨진다.
캠프에 다녀온 학생들은 대부분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불만만 늘었다고 말한다. 흡연으로 징계를 받은 송아무개(18)군은 “이미 운동장을 돌고 복도에 서 있는 벌을 받았다”며 “정말 학생들이 흡연을 하지 않게 하려면, 왜 흡연이 좋지 않은지 금연교육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군도 “징계를 위한 징계인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학교는 또, 학생이 벌점을 10점 이상 받으면 학부모가 학교에 나와 학생과 함께 ‘서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서약서 내용은 ‘학생 신분에 어긋난 행위를 했을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음을 보호자와 함께 다짐한다’는 내용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조사관은 “서약서나 각서에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학생이 적도록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캠프에 참가하지 않은 이아무개, 윤아무개 등 이 학교 학생 6명은 지난 1일 “학교의 과도한 복장 규제, 해병대 캠프 등이 학생의 다양성과 개성, 의사결정권 등 양심의 자유도 침해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학교장에게 냈다. 이에 대해 박아무개 생활부장 교사는 “학생 모두의 의견으로 볼 수 없다”며 “해병대 캠프가 ‘이중체벌’이긴 하지만 학생 행동 개선을 위해 교칙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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