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주의당부 정부 주요기관 직원을 사칭해 은행 창구 직원에게 거액의 사례비를 주겠다며 전산조작으로 통장에 수십조원이 입금되도록 하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지점에 수십조원의 ‘무자원 입금’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자주 나타나 은행에 주의를 당부했다고 2일 밝혔다. 무자원 입금이란 실제 돈을 넣지 않고 전산상으로만 입금된 것처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30일 국민은행 성수1가지점의 한 직원은 청와대 직원을 사칭한 40대 후반의 남자로부터 50억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10조원이 입금된 것처럼 전산조작했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입금 처리 직후 은행 본점 검사부에서 자체 전산점검시스템을 통해 이 사실을 적발해 거래를 취소하는 바람에 청와대 직원을 사칭한 사람이 돈을 빼지는 못했다.
또 지난달 24일 농협중앙회 잠실지점에서도 정부 국책사업 담당자라며 54조원이 입금된 통장을 만들어주면 500억원의 사례비를 주겠다고 제안한 사람이 있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농협에서는 5월에 이와 비슷한 사례가 점포 세 곳에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사기꾼들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수행원을 동행하면서 정부 주요 기관 직원으로 위장하고 △대외비로 추진되는 정책 사업의 특성상 비공식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하며 △승진 보장이나 거액의 사례비, 예금 유치 등을 약속하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꾼들이 통장 이름을 빌리기 위해 제3자를 범행에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어 일반인들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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