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인 의사들이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과 교류활동을 대폭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재미한인의사협회(KAMA)는 4-6일 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연차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고 앞으로 협회 차원의 대북 의료활동을 강화하고, 회원들 간 유기적인 협조체제 속에 진행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4일 오후 의료선교를 주제로 열린 분과토론에서는 대북 의료지원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많은 한인의사들이 자기 경험을 소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주리주에서 신경외과를 개업 중인 박기범 박사는 2007년 9월 재미한인신경외과협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매년 북한에서 의료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경우. 박 박사는 작년 5월 그리고 올해는 지난 5월과 10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신경외과 의사들과 함께 현지 주민들에 대한 공동수술을 진행했다.
박 박사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북한의 경우 의료시설과 장비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의료진의 수준은 매우 높다"면서 "상호교류를 강화하고, 공동 수술을 통해 서로 협력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한인신경외과협회는 작년 4월 북한 의사들의 방미를 초청해 성사시킨 데 이어 내년 봄에도 북한의 신경외과 의사 1명을 초청할 계획이며, 5월에는 한인 의사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공동 수술 등 의료활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비뇨기과를 개업 중인 하워드 우 박사(한국명 우호균)도 지난 5월 미국 선교단체인 `밀알선교단' 소속 한인 의사 10여명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1주일간 의료봉사 활동을 전개했다.
우 박사는 "북한 조선적십자병원은 나름대로 각종 의료장비를 갖추고 있어 방북한 한인의사들이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분야별로 평양과 사리원에서 진료활동을 전개했으며, 앞으로도 대북진료활동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 남부의 한 유명 심장전문치료기관도 지난 2001년부터 북한에서 심장혈관 관련 수술을 실시하고, 북한 의료진도 미국으로 초청해 연수기회를 제공하는 등 대북 의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인 심장전문의는 전했다.
휴스턴에서 개업 중인 최치시 박사는 텍사스 메디컬 센터(TMC) 및 라이스 대학의 협력 속에 북한 의료대표단과 관리들이 2007년 휴스턴을 방문한 사례 등을 설명하면서 내년에도 북한 의료진의 방미 연수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기존에 지정된 3명의 발표자 외에 3-4명의 한인의사가 추가로 참여해 개인적인 대북 의료활동 경험을 발표했고, 참석자들도 진지하게 발표를 경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시아인 최초로 미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이 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도 KAMA 회원들에게 보낸 영상 축하 메시지에서 "앞으로 한인 2, 3세대 의사들이 본격적인 지도자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과 환경개선에도 앞장서 나가자"고 당부했다.
대북 의료활동에 관심이 있는 한인 의사들은 총회 기간에 별도로 모여 앞으로 `조용하면서도' 내실있게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을 전개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고, KAMA도 협회 차원의 체계적인 대북 의료활동을 강화해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KAMA 회장을 지낸 다니엘 김 박사는 "KAMA는 오래전부터 북한 의과대학에 의학교재와 교과서를 모아 전달한 적이 있다"면서 "이러한 전통을 살리고, 의술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의료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 (휴스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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