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무장공비 김익풍씨, 이승복 추모제 찾아 용서 구해
강원도 평창군 이승복 묘지에서 열린 ‘이승복 제41주기 추모제’에 뜻밖의 손님이 나타났다. 김익풍(68)씨다. 41년 전인 1968년 12월9일 울진·삼척으로 침투해 강원지역 산골 초등학생인 이승복(당시 9살)군을 살해했던 북한 정찰국 소속 무장공비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당시 함께 왔던 120명 가운데 113명은 사살됐고, 5명은 붙잡혔으며, 김씨 등 2명은 자수했다.
김씨는 “진작 찾았어야 했는데 이제 오게 돼 미안하다”며 “시간을 내 자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뒤 김씨는 승복군의 형인 학관(55)씨 부부 등 유족들을 찾아 고개 숙여 정중히 사죄했다. 학관씨 부부도 김씨의 손을 잡고 41년 만에 응어리를 풀었다. 학관씨는 “김씨도 이념·지시에 따라 그랬을 것”이라며 “앞으로 살면서 어려운 게 더 많을 텐데 지난 일은 잊고, 건강하게 오래 사시오”라는 말로 김씨를 용서했다.
이날 용서와 화해는 박용훈(52) 이승복기념관장이 주선했다. 박 관장은 김씨가 80년대 반공 강연 등을 하다 최근에는 서울 근교에서 어렵게 산다는 소식을 듣고 김씨와 승복군의 화해를 권했다. 김씨는 지난 10월22일 오후 이승복군의 묘소를 찾아 당시 함께 숨진 어머니와 두 동생의 묘소에 일일이 잔을 올리고, 미리 사죄를 빌기도 했다. 박 관장은 “이제라도 사건 당사자가 나타나 사죄를 해 승복군 등 숨진 영령들의 넋이 조금이라도 달래졌으면 좋겠다”며 “유족들이 용서를 하는 모습에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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