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위 불참확인서 안냈다고 보조금 안주면 위법”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이끈 ‘광우병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 참가 단체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정부의 조처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괘씸죄’ 논란을 빚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에 대해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으로,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러 시민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낸 같은 내용의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성지용)는 10일 한국 여성의 전화가 “심사 과정에 ‘불법 시위 불참 확인서’ 작성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자 보조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여성부를 상대로 낸 보조금 지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성부는 법령이 정하고 있는 지급 목적과는 관계없이, 보조금을 지급받을 단체의 성격과 활동내역을 문제로 삼아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단체를 불법 시위 단체로 간주하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을 일탈한 처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경찰청장이 2009년 2월 작성한 시위단체 명단만을 근거로, 한국 여성의 전화가 불법 시위 단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며, 이 단체가 불법 시위에 적극 참여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여성부는 지난 2월, 2009년 공동협력사업 단체 선정 및 보조금 지급 심사 과정에 ‘불법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참석 사실이 드러나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시민단체 쪽에 요구했다. 이에 앞서 경찰청은 지난 2월 대책회의에 이름을 올린 정당과 시민단체 1842곳을 한꺼번에 불법 시위 단체로 규정하고, 이들 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한국 여성의 전화는 “판결은 환영하지만, 이런 소송을 걸게 된 경위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 벌어지고 있는 ‘시민단체 옥죄기’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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