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0일 이사회를 열어 엄기영 사장을 유임했다. 그러나 보도본부장과 티브이(TV)제작본부장 등 보도 및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임원들은 모두 해임했다. 노조는 “핵심 경영진 교체는 방문진이 엠비시를 정부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작업의 첫 단추”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방문진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이사회를 열어, 일괄사표를 제출한 문화방송 경영진 8명 가운데 엄기영 사장 등 4명을 유임하고, 김세영 부사장 등 4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유임된 임원은 엄 사장을 비롯해 한귀현 감사,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문장환 기술본부장 등이다. 사표가 수리된 임원은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과 이재갑 티브이제작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 등 4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방문진의 한 이사는 “사표 수리 여부를 놓고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결국 표결로 이렇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방문진 이사회 대변인인 차기환 이사는 해임과 유임을 4 대 4로 나눈 배경을 “경영 혁신과 조직 안정을 모두 고려했다”고 밝혔다. 엄 사장 유임 결정에 대해선 “표결 결과 이사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으나 유임 의견이 많았다”고만 설명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경영진 재신임을 통한 방문진의 직할통치를 용납할 수 없다”며 김우룡 이사장 퇴진 투쟁을 선언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방문진이 공영방송 경영진을 정권의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다. 김 이사장을 비롯한 8기 방문진 이사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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