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친일행위와 관련된 재산이더라도 손자가 정상적 거래로 얻었다면 국가가 환수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이경구)는 현아무개씨가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재산 귀속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씨의 할아버지는 적극적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것이 인정돼,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씨가 미성년의 나이에 토지를 샀고, 현재 이 곳이 집안의 선산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는 현씨가 토지를 살 때 친일재산임을 알았다거나 매매가 아닌 상속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현씨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적법하게 토지를 취득한 게 인정되므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씨의 할아버지는 1930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임명된 뒤 45년 일제 패망 때까지 6차례 연임하면서 수당을 받는 등 친일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됐다. 현씨의 할아버지는 광주 학동의 임야를 큰아들에게 물려줬고, 현씨는 67년 큰아버지한테서 8001㎡에 이르는 이 땅을 사들였다고 주장해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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