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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맺힌 유족들 “정부, 사과라도 했으면…”

등록 2009-12-14 19:50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2009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참석자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2009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참석자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현장]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합동위령제
‘만장행진’ 경찰이 막아…진상규명·명예회복 촉구
전남 여수 덕흥동, 경북 영덕 달서면, 경기 김포 미군폭격, 제주 4·3…. 펼침막에는 800여개의 사건 이름이 끝 없이 이어졌다. 모두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이제 가면 언제 와요. 꽃이 피면 돌아와요….” 망자를 위로하는 남도 소리가 낮고 유장하게 이어졌다. 박정욱 한국서도소리 연구보존회 이사장이 부르는 ‘아름다운 미소’라는 소리였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공연장에는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 600여명이 모였다. 자리는 금방 차서, 사람들은 계단과 간이의자에 앉거나 서는 것도 부족해 복도까지 길게 늘어섰다. 모두 올해 10번째를 맞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합동위령제’에 참가하는 이들이다.

그 틈에서 서기태(72·전남 구례)씨는 휴대전화로 ‘전국 위령제’의 모습을 하나 하나 담았다. 서씨는 1948년 전남 구례에서 여순사건을 진압하던 군·경에 형을 잃었다. 지역에서 위령제를 올리고 있지만, 전국 위령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도 받았지만, 정작 발굴한 형의 유골을 둘 곳이 없어 구례로 가져오지 못하고 충북대의 임시 안치실에 보관하고 있다. “이런 날, 정부에서 와서 사과도 하고 다시 안 그러겠다고 약속했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위령제에는 군·경 희생자뿐 아니라 인민군이나 빨치산한테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도 참가했다. 김아무개(49)씨는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의 부탁으로 이날 처음 위령제에 나왔다. 경찰인 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사이 그의 어머니와 두 동생이 빨치산에게 희생됐다. 김씨는 “좌익이든 우익이든 결국 다 민간인 학살 아니었느냐”라며 “아버님만의 아픔이 아니라, 다 똑같은 전쟁과 역사의 피해자들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서씨처럼 정부의 사과가 없음을 아쉬워했다.

위령제를 마친 유가족들은 애초 광화문 네거리까지 만장 행진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불허로 무산됐다.

한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는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조처를 촉구했다. 이들은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 발굴과 배·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진실규명 추가 신청을 위한 진실화해위 활동 연장 △미군폭격 관련 학살 규명 등을 요구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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