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논픽션 작가 엔도 기미오
"조선총독부는 한국의 산간오지까지 개발하기 위해 호랑이를 방해되는 동물로 여기고 주민을 동원해 매년 호랑이를 포함한 맹수를 사냥했습니다. 일본인으로서 한국의 호랑이가 멸종된 것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일본의 야생 동물 관련 논픽션 작가인 엔도 기미오(76)씨는 15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멸종한 것은 일제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한반도의 호랑이에 관심을 두고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 한국 호랑이의 최후를 추적한 책을 냈었다. 일본어판이 나온 지 24년만에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이담 펴냄)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그는 책을 집필할 당시 한국에 호랑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국을 찾았다가 1922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호랑이를 마지막으로 한국 땅에서 호랑이는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본인 미야케 순사가 몰이꾼 수백명을 동원한 끝에 호랑이를 사살, 가죽을 일본 황족에게 헌상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 도서관에 있는 일제강점기 자료를 뒤져 조선총독부의 호랑이 포획 관련 자료를 발굴했다. 조선총독부 자료에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호랑이 97마리와 표범 624마리가 포획 당한 것으로 나온다. "통계가 빠진 시기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그 2배에 해당하는 호랑이와 표범이 잡혔을 겁니다" 조선시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백성을 위해 해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호랑이를 잡는 포호(捕虎)정책을 폈는데 일본의 식민지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호랑이는 결국 멸종하지 않았을까? 그는 "한국인들은 호랑이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일본이 없었다면 멸종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일본 독자 가운데 자신의 책을 읽고나서 일본의 한국 침략이 야생동물까지 멸종시킬 정도로 심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약으로 쓰려고 장수들에게 조선에서 호랑이를 잡아 바치라고 명령했습니다. 장수들은 호랑이를 소금에 절여 도요토미에게 보냈지만 도요토미는 62세까지밖에 못 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백수(百獸)의 왕'이 호랑이었다면 일본에는 원래 호랑이가 없고 늑대가 있었는데 일본 늑대는 1908년에 멸종했다. 그는 "인간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로 늑대를 잡았지만 천적이 없어진 멧돼지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농가에서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치기도 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농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호랑이는 자기만의 영역이 있는데 인간이 자꾸 침범했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생겼던겁니다. 인간이 모든 땅을 다 차지하려는 태도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 그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을 지리산에 방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일본에서는 황새와 따오기를 러시아와 중국에서 들여와 부활시키려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을 살리려면 서식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체 수가 부족한 나라에 동물을 나눠 주고 서식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여러 나라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민속박물관과 서울대 수의과학연구소 공동주최로 이날 열린 '호랑이의 삶, 인간의 삶'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마지막 호랑이에 대해 발표했다. 40년 가까이 야생동물에 대한 책을 내온 그는 현재 일본 늑대의 최후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 (서울=연합뉴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 도서관에 있는 일제강점기 자료를 뒤져 조선총독부의 호랑이 포획 관련 자료를 발굴했다. 조선총독부 자료에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호랑이 97마리와 표범 624마리가 포획 당한 것으로 나온다. "통계가 빠진 시기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그 2배에 해당하는 호랑이와 표범이 잡혔을 겁니다" 조선시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백성을 위해 해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호랑이를 잡는 포호(捕虎)정책을 폈는데 일본의 식민지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호랑이는 결국 멸종하지 않았을까? 그는 "한국인들은 호랑이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일본이 없었다면 멸종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일본 독자 가운데 자신의 책을 읽고나서 일본의 한국 침략이 야생동물까지 멸종시킬 정도로 심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약으로 쓰려고 장수들에게 조선에서 호랑이를 잡아 바치라고 명령했습니다. 장수들은 호랑이를 소금에 절여 도요토미에게 보냈지만 도요토미는 62세까지밖에 못 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백수(百獸)의 왕'이 호랑이었다면 일본에는 원래 호랑이가 없고 늑대가 있었는데 일본 늑대는 1908년에 멸종했다. 그는 "인간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로 늑대를 잡았지만 천적이 없어진 멧돼지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농가에서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치기도 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농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호랑이는 자기만의 영역이 있는데 인간이 자꾸 침범했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생겼던겁니다. 인간이 모든 땅을 다 차지하려는 태도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 그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을 지리산에 방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일본에서는 황새와 따오기를 러시아와 중국에서 들여와 부활시키려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을 살리려면 서식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체 수가 부족한 나라에 동물을 나눠 주고 서식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여러 나라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민속박물관과 서울대 수의과학연구소 공동주최로 이날 열린 '호랑이의 삶, 인간의 삶'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마지막 호랑이에 대해 발표했다. 40년 가까이 야생동물에 대한 책을 내온 그는 현재 일본 늑대의 최후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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