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실수로 피해진술 4차례 반복”
‘나영이(가명)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조사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회장 김평우)는 수사의 문제점이 여럿 드러났다며 이 소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은 15일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장에서 “검찰이 피해자 아버지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하고 열람·등사 신청 ‘포기 각서’까지 쓰게 하는 등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했으며, 중요 동영상 증거를 항소심 선고 전날 뒤늦게 제출해 피해자가 불필요한 법정 증언을 하게 하는 등 2차 피해를 입혔다”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변협도 이날 소장 제출에 앞서 “경찰·검찰과 의료기관 등의 실수로 2차 피해가 발생했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가해자 조두순(57·수감중)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말한 범인의 모습은 나와 다르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검거 직후 촬영한 동영상에는 조씨의 인상착의가 피해자의 묘사와 비슷했는데, 검찰이 이 동영상을 미리 증거로 내지 않아 피해자가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다시 진술해야 했다는 것이다.
또 변협은 △검찰의 비디오 조작 미숙으로 네 차례 진술 반복 △성폭력 전담검사가 아닌 비전담 검사 배정 △병원 조사 때 가림막 미설치로 피해자 얼굴 노출 △징역 7년이 하한형인 성폭력처벌법 대신 5년이 하한형인 형법 적용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씨의 변호인이 피해자(나영이)를 증인으로 신청해 이를 계속 거부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조사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한 것”이라며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경험이 풍부한 부장급 최고참 검사가 사건을 담당케 하는 등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수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지난 14일 “수사 검사가 법조항을 잘못 적용하고 피해자가 같은 조사를 두 번 받게 했다”며 이 사건 담당 검사에게 주의 조처를 하라고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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