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한나라 예결위원들, 예산 394억 모두 깎아
교육감 맞서 무리수…‘자의적 예산수정’ 월권도
교육감 맞서 무리수…‘자의적 예산수정’ 월권도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초등학교 5~6학년 등 단계적인 무상급식 확대 계획이 경기도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올해에만 두번째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쪽이 초등학교 5~6학년의 무상급식 저지를 위해 교육감의 고유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는 15일 도교육청이 올린 내년도 도시지역 초등학교 5~6학년 30만3577명에 대한 무상급식 예산 394억원을 모두 삭감했다. 예결특위는 대신 도서·벽지(섬·외딴곳), 농산어촌지역 초등학생 급식비(375억원)는 원안대로 유지하고 예비비에서 예산을 증액해 4인가구 기준 월소득 200만원 이하 가정(차상위 150%) 초·중·고교생 급식비(379억원) 등 모두 754억여원의 ‘학교급식 경비 수정안’을 확정해 16일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한나라당 쪽의 수정안이 포함한 차상위 150%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차별 급식”이라며 “부모의 능력과 상관없이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을 위한 1단계 조처인 5~6학년의 무상급식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다시 요구했다. 그러나 예결특위는 수정안을 그대로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뒤였다.
현행 지방자치법(127조)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는 지출예산에서 각 항의 금액을 증가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본회의에서 김상곤 교육감이 수정안을 거부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수정안을 밀어붙인 것은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 계획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경기도 의회의 한나라당 대변인인 전동석 의원(광명3)은 “교육감의 동의 없이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수정해 의결하면 (예산) 편성권 침해”라며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도교육청의 정략적인 무상급식 추진을 막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회 민주당 대변인인 고영인 의원(안산6)은 “한나라당 쪽이 수정안을 낸 것은 무상급식 예산을 깎기만 하면 학부모 단체나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거부될 수정안을 낸 것은 경기도 교육청의 무상급식 계획을 막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고 비난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예산 심의·의결권만 지닌 도의회가 무상급식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물론 자의적으로 예산을 증액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어서 수정안을 거부할 것”이라며 “삭감돼 남는 예산은 예비비로 남겨두었다가 내년 추경예산 편성 때 다시 무상급식 예산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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