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에 조명·촬영가능 차량 구입비 편성
불법행위 홍보할 인터넷중계 사업비도 포함
불법행위 홍보할 인터넷중계 사업비도 포함
경찰이 내년 7월부터 허용되는 ‘야간 옥외집회’에 대비해 조명·촬영 장치가 달린 ‘다목적 차량’을 새로 구입하는 등 집회·시위 진압 태세 강화에 나섰다. 특정 시위가 불법임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이를 생중계하는 예산도 따로 잡았다.
15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2010년도 예산안을 보면, 경찰은 야간 옥외집회에 대비해 시위대를 향해 조명을 비추고 경고방송과 영상녹화도 가능한 다목적 차량(대당 1억2000만원)을 구입하기로 했다. 경찰은 애초 9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국회 행정안전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5대분 예산이 삭감돼 4대를 구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에 창설되는 ‘경찰관 기동대’에 7000만원을 들여 야간 집회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신형 비디오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사기로 했다. 이 밖에 야간 집회 때 시야 확보를 위해 4400만원 상당의 조명차를 별도로 구입하기로 했으나, 국회 소위에서 예산이 모두 깎였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내년 7월1일부터는 합법적인 야간 옥외집회가 가능해진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불법 집회시위 홍보체계 구축사업’을 위한 예산으로 8억7300만원을 신청해 국회 소위에서 2억9000만원을 배정받았다. 이 돈은 집회 현장에 영상 편집이 가능한 차량을 배치해, 집회 때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경찰청 누리집과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하는 데 쓰인다.
이 밖에 경찰은 고춧가루 추출물인 ‘캡사이신’ 성분의 약을 뿌려 시위대를 제압하는 이격용 분사기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분사기 충약차량 22대(대당 5300만원)를 구입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소위에서 절반인 11대분이 삭감됐다. 이 차량이 도입되면 앞으로 분사기의 내용물을 집회현장에서 즉시 채울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별도의 업체에 충약을 맡겨왔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 집회에 사용할 뿐 아니라 주간에는 방송, 채증 등을 한 대의 차량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목적 차량을 구입하기로 했다”며 “집회·시위에 대한 언론보도가 경찰의 과잉진압에 집중되고 시위대의 폭력행위에 대한 보도가 미약한 점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중계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런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바람직한 집회·시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예산을 추가로 들여 새 장비를 들여오기보다는 경찰 스스로 과잉 진압행위를 하지 않도록 내부 관리에 힘쓰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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