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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아름다운 무기명의 사람들_ 기업사회공헌

등록 2009-12-16 17:18

문제를 일으키고 휠체어로 법정을 드나들던 재벌총수들의 컴백 과정에, 연말연시 정치인들의 서민정치 행보 홍고과정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컷'이 있습니다. 도시 빈민층이나 장애인시설 등을 찾아 봉사하는 장면입니다. 마구 비난을 늘어놓기에는 의도나 일상성의 문제를 떠나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고, 그렇다고 훈훈하고 아름답다고 하기엔 입안이 꺼실꺼실한 모습들입니다. 한국 대기업에서 직장생활 11년을 보내며 공중전까지는 몰라도 제법 산전수전 정도 겪은 제 눈에, 내 회사 CEO나 남의 회사 CEO나 높은 양반들의 공개된 봉사활동이 심드렁하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요며칠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와의 다툼이나 일그러진 GIVE & TAKE의 업무원칙이 해소되거나 나아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제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이들은, 말로 애사심이 넘쳐나는 고위간부들이 아니라 행동으로 박애심이 넘쳐나는 평범한 사우들입니다. 결연후원 중인 시설아동에게 살짝 전해달라며 옷을 사서 전해준 K주임, 어려운 독거노인 분에게 익명으로 전해달라며 1년동안 한푼두푼 채운 저금통을 부탁한 K대리, 결연후원 중인 아이를 자신의 셋째 아이라고 생각하고 가족 모두와 항상 기도하고 있다며 성탄절 선물을 무기명을 신신당부하며 전해준 S모 과장까지.. 사는 것이 자주 뭉클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분들에겐 신기할 정도로 공통점이 있는데,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무기명'을 원한다는 겁니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이런 분들 덕분에 End User를 상대하지 않아 그닥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회사이름이 지역사회에서는 반질반질 윤이 날 때는 많이 봅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회사이름으로 하는 봉사활동 참여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우들도 있습니다. 애초에 봉사팀 가입이나 활동은 자발적으로 하고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지난 여름 지적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자녀들이 사는 가정에 정서지원을 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 방문해 아이들과 같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눠먹는 '경석이네 食口'란 봉사팀을 만들었는데요, 신종인플루엔자 비상으로 두 달 가까이 활동을 못한 대신 성탄절도 얼마 남지 않고하여 아이들이 집에서 한번도 맞아보지 못했을 리얼크리스마스타임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리를 만들고, 케이크를 만들고, 마지막에 산타가 짠~ 등장해 선물도 주는 그런 이벤트를 기획해서 다음주에 방문하기로 했는데요, 개연성이 있는 사우 몇몇에게 함께 가자는 의사를 타진하는 와중에 '회사 이름으로 가는 봉사활동은 싫다'는 반응도 있어 살짝 당황하기도 했었습니다.

저야 함께 갈 사람이 아쉬우니 이런 반응도 아쉬웠지만, 사실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를 통해 후원금을 내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이 모두 회사를 무지무지 사랑해서라든가 회사생활에 대한 만졸도가 높아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동호회든 봉사활동이든 회사를 통해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원들이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높을 수가 없을 겁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다고 이런 이들이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냐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일은 잘하는데 직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던가 인복이 안좋아 좀 꼴통인 상사와 일을 한다던가 하는 편이 많습니다. (그냥 제 사견입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대기업의 임원이 바뀌거나 대대적인 인사단행이 있으면 기업이 젊어졌네, 쇄신했네 말이 많지만, 그것이 정작 다니는 사원들에게도 그런 느낌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관심있게 볼 것이고, 또 일부는 되려 박탈감을 느낄 것이고, 대게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업무에 대한 Give & Take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임원인사를 보며 그것이 해당개인의 공과에 기인한다고 생각하며 바라보는 경우도 별로 없지만, 자기 자신을 보면서도 회사에서의 업무나 기여도에 대해 제대로 반대급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다는 말인데요. 이런 냉소와 체념은 기업이나 사업부 전체적으로 결정되고 주어지는 성과급이나 인센티브로 따뜻해지지 않을 뿐더러, 기실 회사에 돈벌어주는 쓸만한 인력들이 이직을 꿈꾸게 하고 이직 기회가 있을 때 뿌리치지 못하게 하며 현재 업무에 100%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않게 합니다. 이래저래....개인도 손해지만 회사도 계량하지 못할뿐 적지않은 손실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본의 아니게 기업 사회공헌 부서에서 몇 년간 생활하면서 기업사회공헌에 참여하거나 등한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듯 지켜볼 기회가 많았는데요. 꼭 제가 여기에 일해서라기 보다는, 제가 다니는 회사나 남의 회사나 회사의 궁극적인 이익을 위해 기업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원들에게 보다 고마와할 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사원들이 갖는 불만이나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해결해가는데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언하여.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욕쟁이 할머니를 방문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어제 노인연금 88,000원에 의지해 방에 난방도 못하고 전기장판 한 장으로 겨울을 나는 의왕시 독거할머니 후원을 모집했습니다. 두어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1년에 96만원을 지원하는 후원패키지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모두...자기 이름을 내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착하고 평범한 회사원들이고, 모두....많이 내지 못해 미안하다며 모집하는 사람 미안하게 하는 걱정들을 남겨놓았습니다. 대통령이 자기 당선된 데 일조한 할머니댁에 가서 코트도 선물하고 100만원 어치 매상도 올려줬다는데요..그 자체로 나쁘거나 이상할 것은 없지만, 그 할머니보다 더 딱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어떨까 아쉬웠고 그런 뉴스였다면 보는 국민들이 잠시나마 마음훈훈하지 않았겠나 안타까왔습니다. 4대강에 둑 쌓고 전국방방곡곡 삽질하는 것에만 열 올리지 말고, 대통령과 여당이 가난한 노동자들의 권리제한이나 비정규직들을 위한 지원, 빈민층을 위한 복지예산에 열 올리면 좋겠습니다.


살사나 스윙댄스 추는 것을 보면, 잘추고 못추고를 떠나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상대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자기가 돋보이는 안무를 하는지 상대가 돋보이는 안무를 하는지, 순간순간 얼마나 신속하게 응용력을 보이는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지 남에게 보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지 등등. 커플을 이뤄 정해진 룰에 따라 스텝을 밟고 춤을 춘다는 것은 우리들의 직장생활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부서간의 업무공조를 하는 모습도 그렇고, 부서 내에서 사람들이 지내는 모습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노무관리의 모습에서도 드러납니다.

직장내성희롱에 대해 보다 현재와 현실, 실요에 기반해서 인사팀 담당자에게는 필독서가 되고 성희롱 피해자들에게는 지침서가 되고 일반인들에게는 흥미롭고 재밋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민우회와 함께 만듭니다. 추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운 춤처럼,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운 책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의견도 보내주세요. (방명록 혹은 ppjasmine@daum.net ) http://happylog.naver.com/womenlink/rdona/H000000022899# 에서는 네이버 해피빈 기부도 받고 있습니다. 주변에도 두루두루 홍보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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