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된 한국형 인력비행기 ‘스카이 러너’가 지난 10월 초 시험비행에서 이륙에 성공해 공군사관학교 비행장 활주로 위를 날고 있다. 이 비행기는 날개폭 30m, 길이 9m로 몸집이 크지만 무게는 40㎏에 불과하고, 페달을 밟을 때 발생하는 동력을 프로펠러에 전달해 날게 된다. 사진가 김이나 제공
엔진 대신 페달 달아…인력비행기 국내 첫 개발
공사 “국내 최초, 세계 다섯번째로 비행 성공”
공사 “국내 최초, 세계 다섯번째로 비행 성공”
12일 충북 청원군 공군사관학교 안 활주로. 글라이더에 프로펠러를 단 듯한 낯선 물체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비행기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다리힘만으로 하늘을 나는 인력비행기다.
이 비행기에는 53㎏의 가벼운 체구에 인라인스케이트 강사로 활동하는 이원(32)씨가 자전거를 닮은 조종석에 앉아 페달을 부지런히 밟고 있었다. 조종사가 두 발로 페달을 밟아 생긴 약 0.3마력의 힘이 비행기를 하늘로 띄웠다. 공사는 “이날 비행에서 인력비행기가 1.5m 높이로 100여m를 날아가, 국내 최초이자 미국과 영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인력비행기 비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공사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지난해 8월 인력비행기 개발에 착수했다. 2009년 2월에 첫 시험비행을 시도했다. 그 후 지금까지 30여 차례의 시범비행에서 날개가 아홉 차례나 부러지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날 마침내 하늘을 날았다. 9전10기였다.
인력비행기는 글라이더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미국·영국·독일 등 항공선진국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력비행기 설계를 총괄한 이희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교수는 “순수하게 사람의 힘만으로 하늘을 날겠다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지만 인력비행기는 무동력이기 때문에 엔진을 사용하는 동력비행기보다 더 만들기 어렵다”며 “인력비행기는 소재와 설계 기술이 발달한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비행기는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력비행기는 사람의 발힘만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무게가 획기적으로 가벼워야 한다. 경량화를 뒷받침할 소재·설계 기술도 필수다. 이번에 비행에 성공한 인력비행기는 양력을 최대한으로 받기 위해 폭 30m, 길이 9m 크기의 날개에 전체 무게가 40㎏을 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이희우 교수는 “날개에 태양전지를 입혀 태양의 힘으로 작동하는 태양광 비행기와 인력비행기의 기반 기술은 서로 같은 것”이라며 “앞으로 태양광 발전으로 작동하는 환경감시기, 통신중계기 개발에 인력비행기 개발 과정에서 익힌 소재·설계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희우 교수는 “날개에 태양전지를 입혀 태양의 힘으로 작동하는 태양광 비행기와 인력비행기의 기반 기술은 서로 같은 것”이라며 “앞으로 태양광 발전으로 작동하는 환경감시기, 통신중계기 개발에 인력비행기 개발 과정에서 익힌 소재·설계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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