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80·오른쪽)씨
홍천 양덕중 이인수씨 병악화로 하차…“공부못해 아쉬워”
강원 홍천군 남면 양덕중학교에서는 17일 오전 한사람 만을 위한 졸업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2학년 1반 25번 이인수(80·오른쪽) 학생이다. 그동안 눈물겨운 의지로 학업을 이어온 이씨가 최근 지병인 폐암이 악화돼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자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이날 명예 졸업식을 열고 미리 졸업장을 전달했다.
이정희(53) 교감은 “어르신이 날마다 등교해서 아이들고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좋은 교육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2년동안 함께 울고, 웃으며 할아버지 동창과 함께 했던 160여명의 동료 학생들은 교가를 합창하며 이씨를 떠나보냈고 늘 올곧고 깐깐했던 이씨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연단에 오른 이씨가 “너무 배우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려 했는데 마무리를 함께 하지 못해 아쉽고, 답답하다”며 “몸이 나으면 반드시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하자 모두들 일어나 박수로 그의 쾌유를 빌었다. ‘옹달샘 장학회’를 꾸리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회 등은 이씨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전남 여수에서 나고 자라다 1995년께 홍천으로 옮겨온 이씨는 해방 직후인 46년 연암공립심상소학교(지금은 여남초교)를 졸업한 지 62년 만인 지난해 3월 이 학교 문을 두드렸다. “나같은 늙은이도 학생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입학 허가를 받은 이씨는 지난 3월 폐암 진단을 받고도 입원·치료 때만 빼곤 등교를 거르지 않았다. 이씨는 “내 몸이 병들어 가는 것보다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된 게 더 아쉽다”며 “정식 졸업장을 받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 수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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