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오른쪽) 스님이 14일 요세파(왼쪽) 트라피스트수녀원장과 함께 밤 10시께까지 낙동강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낙동강 정비사업 감시나선 지율 스님
“낙동강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따진다면, 모든 것을 보고 담아둔 내 눈알이라도 뽑아서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도 4대강 정비사업 이후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이미 망가져 돌이킬 수 없게된 이곳 마산 수정마을에 와보라고 권하겠어요.”
고속철도의 경남 양산시 천성산 관통을 막고자 목숨을 건 단식과 ‘도롱뇽 소송’을 벌였던 지율 스님을 수정만매립지에 조선 기자재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마산시 구산면 수정마을의 트라피스트수녀원에서 지난 14일 만났다. 그는 지난 3월부터 8개월에 걸쳐 낙동강 전구간을 걸어서 답사한 뒤 경북 상주시에 정착해 주말마다 경북지역 낙동강 정비사업 구간을 감시하는 등 최근에는 ‘낙동강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8개월 답사뒤 상주로 이주해 지킴이활동
“천성산·낙동강 문제 해결전엔 안돌아가” “강 옆으로 다가가서 강과 함께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낙동강 답사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낙동강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한반도 대운하 이야기가 나오면서 찬-반쪽 모두 천성산 문제를 거론하는 바람에 일찌감치 낙동강 정비사업을 들여다보게 됐다는 그는 “낙동강과 천성산 문제 모두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로 지난 3월 영덕의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쪽도 나라를 끝장내려는 생각은 아닐 것”이라며 “선악을 나누지 말고 단지 ‘다름’을 인정한다면, 만나서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잘못된 것을 지시하는 힘이 있다면, 이것을 바로 잡으려는 힘도 있는 것이고, 이 두 힘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결국 공존 속에서 길을 찾아야할 것”이라고도 했다. “강을 파헤치는 쪽은 ‘녹색성장’ 등 너무도 곱고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는데, 강을 지키려는 쪽은 ‘삽질을 멈춰라’처럼 지나치게 거친 말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래서는 울림이 없죠.” 지율의 모습은 초인적 단식 투쟁을 할 때와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그는 “천성산 싸움이 공격적이고 거스르는 운동이었다면, 4대강 싸움은 생명의 자유·나 자신의 자유를 위해 흐르는 물에 나를 맡기고 함께 흘러가는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낙동강 감시 활동을 ‘1박2일 낙동강 숨결 느끼기’라고 이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로 휙 지나치지만 말고 잠시라도 발품을 팔아 낙동강 둑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가서서 봐줬으면 합니다. 그러면 가슴이 무너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스님은 “이명박 정부가 나에게 강으로 오라고, 강의 소리를 들으라고, 강의 아픔을 사람들에게 전하라고 권하고 있다”며 다시 길을 나설 채비를 했다. 마산/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천성산·낙동강 문제 해결전엔 안돌아가” “강 옆으로 다가가서 강과 함께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낙동강 답사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낙동강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한반도 대운하 이야기가 나오면서 찬-반쪽 모두 천성산 문제를 거론하는 바람에 일찌감치 낙동강 정비사업을 들여다보게 됐다는 그는 “낙동강과 천성산 문제 모두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로 지난 3월 영덕의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쪽도 나라를 끝장내려는 생각은 아닐 것”이라며 “선악을 나누지 말고 단지 ‘다름’을 인정한다면, 만나서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잘못된 것을 지시하는 힘이 있다면, 이것을 바로 잡으려는 힘도 있는 것이고, 이 두 힘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결국 공존 속에서 길을 찾아야할 것”이라고도 했다. “강을 파헤치는 쪽은 ‘녹색성장’ 등 너무도 곱고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는데, 강을 지키려는 쪽은 ‘삽질을 멈춰라’처럼 지나치게 거친 말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래서는 울림이 없죠.” 지율의 모습은 초인적 단식 투쟁을 할 때와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그는 “천성산 싸움이 공격적이고 거스르는 운동이었다면, 4대강 싸움은 생명의 자유·나 자신의 자유를 위해 흐르는 물에 나를 맡기고 함께 흘러가는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낙동강 감시 활동을 ‘1박2일 낙동강 숨결 느끼기’라고 이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로 휙 지나치지만 말고 잠시라도 발품을 팔아 낙동강 둑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가서서 봐줬으면 합니다. 그러면 가슴이 무너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스님은 “이명박 정부가 나에게 강으로 오라고, 강의 소리를 들으라고, 강의 아픔을 사람들에게 전하라고 권하고 있다”며 다시 길을 나설 채비를 했다. 마산/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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