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불자들과 함께 정성을 다해 지은 대웅전인데..."
20일 새벽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여수시 돌산읍 임포리 향일암에서 원 문 주지 스님은 할 말을 잃은 듯 시커멓게 타버린 기둥 나무를 어루만졌다.
4년전 불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대웅전을 복원키로 하고 기원을 담은 기왓장을 올리고 금으로 단청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맞은 불의의 사고인지라 원 문 스님의 가슴은 더욱 무너졌다.
쪽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남해를 내려다보고 있던 향일암 대웅전의 웅장한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현장에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시커멓게 타버린 나무 기둥과 불자들이 정성스럽게 쓴 기왓장이 산산조각난 채 흩어져 있었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희망의 기운을 알리던 종각도 아슬아슬하게 기둥에 의지한 채 매달려 있었고, 석등만 화염에 그슬린 채 말없이 서 있었다.
원 문 스님은 "4년에 걸쳐 불자들과 힘을 합쳐 대웅전을 정성스럽게 지었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지다니 부처님과 불자님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라 전기 시설도 안전한 만큼 조사결과를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향일암의 화재 소식에 인근 주민들의 마음도 타들어가고 있다.
당장 새해 일출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인들은 자칫 행사가 취소되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향일암 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황영식(58)씨는 "여수에서 출근하면서 화재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매년 해돋이 행사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데 혹시라도 행사에 지장을 줄지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등산을 위해 향일암을 찾은 정한경(58.여수시)씨는 "멋진 일출과 향일암의 자태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곳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지다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을 찾은 박준영 전남지사는 "화재에 취약한 문화재 보호를 위해 방염제 처리와 소방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여수시와 소방당국, 경찰 등이 함께 나서 화재 조사를 하고 적절한 복구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형민우 기자 minu21@yna.co.kr (여수=연합뉴스)
향일암 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황영식(58)씨는 "여수에서 출근하면서 화재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매년 해돋이 행사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데 혹시라도 행사에 지장을 줄지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등산을 위해 향일암을 찾은 정한경(58.여수시)씨는 "멋진 일출과 향일암의 자태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곳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지다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을 찾은 박준영 전남지사는 "화재에 취약한 문화재 보호를 위해 방염제 처리와 소방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여수시와 소방당국, 경찰 등이 함께 나서 화재 조사를 하고 적절한 복구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형민우 기자 minu21@yna.co.kr (여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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