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사 끝낸 뒤 갈대·부들 등 자생식물 심기로
정부가 4대강 토목공사를 마친 뒤 강 유역에 자생식물을 심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이 파괴되는 부작용을 상쇄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사업 효과를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4대강 토목공사를 마무리한 뒤 노랑꽃창포, 부들, 갈대 등 자생식물을 심는 사업을 벌이겠다고 20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우선 농촌진흥청이 ‘자생식물 식재 가이드북’을 연말까지 제작해 국토부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에는 자생식물의 가치와 이용 효과, 시공 사례 등이 담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생식물을 심으면 생태계가 건강하게 조성되고 경관이 보전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사업의 규모와 시기는 정부 안에서 아직 협의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 일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환경생태학)는 “정부가 환경 보존 의지가 있다면 일단 4대강 유역의 자생식물 현황을 면밀히 파악한 뒤 하천 식생 파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정해야 한다”며 “정부 방안을 보면 먼저 포클레인 작업을 하고 나서 흙이 드러나면 자생식물을 심는다는 것인데, 이는 환경파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형식적인 대응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욱 피지에이(PGA) 습지생태연구소 소장은 “자생식물을 심는 사업은 하천의 지역별 개성을 살리는 것이 핵심인데, 4대강 토목사업으로 하천 주변의 잠재적인 식생 공급원이 사라지면 하천의 개성도 죽게 된다”고 말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대안정책국장은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산을 깎은 뒤 그 땅에 잔디를 심어 골프장을 만드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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