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서명용지 쇄도
이용길씨는 5개월간 1천장
이용길씨는 5개월간 1천장
서울광장 조례개정안 주민발의 서명운동의 마지막날인 지난 19일. 김다혜 참여연대 커뮤니케이션팀 간사는 오전 출근길에 사무실 문을 열다 깜짝 놀랐다. 문 아래로 시민들이 밀어넣은 누런 봉투들이 쌓여 있었다. 안에는 가족들이 함께 이름을 적은 듯 주소가 같은 서명용지 네댓장이 들어 있었다.
이날 하루 동안 시민들의 참여는 터진 봇물 같았다. 동대문상가 상인이라는 장선혜씨는 동료 상인 22명의 서명을 받아 봉투에 담아 왔다. 김아무개 수녀는 같은 수녀원에 속한 150명의 서명용지를 우편으로 보내왔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중견 건설회사 직원 15명의 서명용지는 퀵서비스로 도착했다.
김 간사는 “관악구, 강북구 등 멀리서 직접 종로구에 있는 참여연대 사무실까지 찾아와 서명용지 한장 한장을 건네주신 분들도 많았다”며 “오전부터 밤 9시 넘어서까지 19일 하루에만 시민들이 1000여장을 방문해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명자가 9만명을 넘길 수 있었던 데는 수임인들의 ‘활약’이 컸다. 서명 요청은 서울시에서 수임인 신고증을 받은 1556명만 할 수 있었다. 일본 화랑으로 그림을 판매하는 상업화가 이용길(61)씨는 수임인 신고증을 받은 지난 7월14일부터 다섯달 동안 1000여장의 서명을 직접 받았다. 이씨는 “직업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 시간 운용이 자유로워서 가능했다”며 “지난해 여름 ‘촛불’을 들고 사람들을 만나고 정부에 하고 싶은 얘기를 했던 그 자유로운 공간이 꽉 막힌다는 게 너무 답답해 수임인이 됐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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