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절 철거중 조선후기 마애불 발견
안정사 대웅전 뒤편서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사찰 안정사에서 조선 후기 양식의 마애불(사진)과 불상이 발견됐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안정사 대웅전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대웅전 뒤편 암벽 감실에서 조선 후기 양식으로 보이는 마애불 좌상과 근대시기 불상을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장을 조사한 이태호 교수(명지대 미술사학과)는 “안정사 마애불은 조선 말기 불교와 민간신앙이 결합돼 나타난 전형적인 마애불 양식이며, 그 옆에 새겨진 명문인 ‘나무산왕대신지위’(南無山王大神之位)로 볼 때 산신각을 대체한 산신신앙의 대상으로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선 말기 마애불 양식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며, 산신을 아기(동자)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미술사적으로도 매우 큰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애불이 새겨진 감실은 가로 약 1m, 세로 약 40㎝, 깊이 30㎝ 정도의 크기로, 1943년 대웅전이 지어진 뒤 66년 동안 지붕에 가려져 있어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신라 흥덕왕 2년(827년)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안정사는 조선시대 무학대사(1327~1405)가 중건해 이곳에서 7일간 기도한 끝에 관음보살의 화신을 접하고 경복궁 터를 정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사찰로, 2005년 건설회사에 매각된 뒤 아파트 건설을 위해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황 소장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안정사의 가치를 재검토하고 마애불에 대한 조사에 나서 지금이라도 안정사와 유물의 보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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