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숭영군 한문박사과정생도 어렵다는 ‘사범’ 회득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어둡고 어두운 길을 다니는 것과 같으니라(人生不學이면 如冥冥夜行이니라)”
한자급수 자격시험에서 최고 등급인 ‘사범’에 합격해 화제를 모은 중학생 김승영(14·광주영천중2)군이 평소 암송하며 좌우명으로 삼는 명심보감의 구절이다.
김군은 최근 대한민국 한자교육연구회에서 주관하고 대한검정회에서 시행한 국가공인 한자급수 자격시험에서 6급~사범 13등급 가운데 최고인 사범에 중학생으로는 처음으로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사범자격은 한자 5000자 수준으로 문장독해 고전번역 한시감상 등을 포함한 200문항 가운데 160문항 이상을 맞혀야 얻을 수 있다.
김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동생 진영(11)군과 나란히 서예·한자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 6년 동안 동네학원을 다니며 한자공부에 취미를 붙여왔다. 방학 때는 하루 4시간 이상 한자에 매달렸고 평소에도 학교와 학원에서 배운 한자를 그날그날 복습하며 익혀왔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한 결과 2001년 제11회 자격시험에서 5급 자격을 취득한 뒤 2004년 제4회 전국한문실력경시에서 중등부 장원을 차지해 중국 베이징으로 3박4일 연수를 가는 등 여태껏 각종 경시에서 10여 차례 입상했다.
김군은 공부방에 또래들은 쳐다보기조차 싫어하는 사서삼경 사자소학 명심보감 따위 고전과 한문 서적 50여권을 쌓아두고 틈틈이 익혀왔을 뿐 아니라 신세대답게 만화한자와 사자성어 등 가벼운 읽을거리로 나름대로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대한검정회 쪽은 “사범의 단계는 한문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도 합격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며 “중학생이 사범에 합격한 것은 수년 동안 꾸준하게 정진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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