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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황우석 교수의 든든한 연구파트너 안규리 서울의대 교수

등록 2005-06-03 18:51수정 2005-06-03 18:51

“배아줄기 연구나 진료봉사나 마음은 같죠”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외국인 노동자 진료처럼 환자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의사의 마음입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황우석 교수의 알려지지 않았던 연구 파트너였던 서울대 병원의 안규리 교수는 이렇게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황 교수의 연구에서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장기 이식 후의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하는 것이며, 이 분야를 담당한 사람이 바로 안규리 서울대 병원 내과 교수다. 안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세계가 놀라고 있는 점은 배아줄기세포 성공 확률이 매우 좋아졌다는 것과 다양한 환자에게 실제 세포치료제로 사용할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이식 뒤 면역거부’ 문제 해결 담당
신부전환자의 가족의 고통 수없이 목격
해결책 찾아 고심하다 황우석팀에 합류
3년째 외국인노동자 진료하는 천주교인
“생명윤리가 배아줄기 연구 바로잡는 힘”

원래 신장 질환 전문가인 안 교수가 3년 전 황 교수와 함께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아픔을 해결해보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면역학적인 문제로 나타나는 여러 신장 질환자들이 결국 만성신부전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놓인 경우를 수도 없이 지켜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환자들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신장을 내놓는 부모, 아들, 딸 등 가족들의 아픔과 희생은 그에게 큰 자극이 됐다.

이 때문에 안 교수는 사람의 난자를 치료에 이용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안 교수는 “신장 이식 수술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물론 여성의 난자도 하늘이 주신 소중한 것이지만, 가족을 위해 목숨까지도 걸고 수술대에 오르는 상황을 생각하면 하늘도 난자 이용에 대해 눈감아 주실 것이다”고 말했다.

난자 이용과 관련해 배아줄기세포 자체가 인간복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생명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안 교수는 항상 고민했다고 한다. 그 자신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생명윤리 분야와 종교계의 생명 존중에 대한 지적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독립된 생명이라고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가톨릭 등 종교계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부터 생명으로 보지만, 의학계에서는 자궁 밖으로 나와도 독립된 생존이 가능한 24주, 생명공학계에서는 수정 뒤 2주 정도로 보고 있다. 안 교수는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를 생명으로 보기보다는 세포치료제로 생각한다”며 “다만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배아줄기세포를 자궁에 착상시킨다면 인간복제가 가능한 만큼 이를 막을 법적,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이용하게 될 지, 또 그 이용 시기를 짐작하기는 힘들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우리 연구팀에서는 배아줄기세포를 실제 진료에서 이용하게 될 시점에 대해 말해 본 적이 없다”며 “다만 좋은 연구 성과와 논문 발표로 한걸음한걸음 나아갈 뿐이고, 환자들을 비롯해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후배 의사들에게도 기초의학 분야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배아줄기세포 등 바이오산업을 세계적으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한해 3천 5백 명 가량 배출되는 후배 의사들 가운데 더 많은 수가 기초 의학 연구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기초 의학 연구 성과가 더 많은 환자들을 돌보는 마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 한 번 제대로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던 배아줄기세포 연구 기간에도 안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 진료 봉사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1984년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진료해 왔으며, 지금도 일요일 오후면 벌써 9년째 서울 종로구 혜화동 ‘라파엘 클리닉’에 어김없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연구에서 잠깐 시간을 내 쉴 일요일 오후 시간이지만 안 교수는 오히려 봉사활동으로 힘을 충전한다. “힘들긴요. 오히려 힘이 나는걸요. 외국인 노동자들의 평온한 눈빛과 함께 진료 활동을 나누는 후배 의사들, 학생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에너지를 얻어서 다시 연구실로 돌아갔습니다.”

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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