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선관위에 ‘운용기준’ 개선 권고
“패러디물 반복게시 등 과잉제한” 지적
“패러디물 반복게시 등 과잉제한” 지적
유시시(UCC·사용자제작물)를 인터넷 게시판에 여러 차례 올리거나 퍼나르는 행위를 금지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운용기준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고쳐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21일 결정문을 내어 “중앙선관위의 ‘선거유시시물에 대한 운용기준’은 판단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 집행 가능성이 크다”며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운용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혔다. 인권위는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관련 기준의 개정을 권고했다.
중앙선관위가 2007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운용기준을 보면 ‘특정 입후보 예정자를 지지·반대하는 의견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계속 올려놓거나 퍼나르는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 유머사이트에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비판·풍자하는 패러디물을 게시한 행위는 위법사례가 된다.
인권위는 “공직선거법 58조1항 1호는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해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며 “선관위의 운용기준은 ‘원칙적으로 금지한 뒤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어 “공직선거법은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현의 횟수 제한은 두지 않고 있다”며 “‘계속’이라는 자의적 표현으로 횟수를 제한하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패러디물은 특성상 과장과 익살스러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금지하거나, 재미있어 반복 게시하고 옮기는 행위를 선거운동이라며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제한”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운용기준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법원 판례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으로 자의적이라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인권위 권고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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