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기준 느슨 범죄 악용
공인자격제 등 시급
법원의 허술한 문서감정 제도를 악용해 땅을 가로채려는 사기소송이 최근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들에서는 해마다 2~14명의 문서감정사를 선정해, 재판에 제출되는 문서의 서명, 지문날인, 도장 등이 위조되지 않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을 맡긴다. 그러나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문서감정사의 공신력이 떨어지고 있다. 토지사기단의 위조문서를 ‘진본’으로 판정하거나 돈을 받고 허위 감정을 해준 문서감정사, 법원에 이름만 올려놓은 문서감정사 대신 실제 감정을 한 사설 감정사가 종종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4면 이는 법원의 문서감정사 선정요건(재판예규 제529호)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가기관연구소 문서감정실에서 5년 이상 감정·연구한 사람 △이 사람으로부터 문서감정에 관해 5년 이상 연수받은 사람으로, 일정한 시설, 장비만 갖추면 누구나 법원의 ‘공식’ 문서감정사가 될 수 있다. 법원은 이력서, 사업자 등록증, 장비 사진 등의 신청서류를 받은 뒤 범죄경력 조회와 재판부 의견수렴을 거쳐 문서감정사를 선정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과거 허위감정 전력자가 버젓이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직접 사무실이나 장비를 확인하거나, 사후 관리하지도 않는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다른 감정인들과 달리 문서감정사는 국가공인 자격증이나 추천을 의뢰할 공식기관·협회가 없는데다, 전문인력이 워낙 적어 선정요건을 강화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3일 현재 법원 61곳의 문서감정사로 등록된 사람은 17명에 지나지 않는다. 50곳이 넘는 법원에 중복 등록된 문서감정사도 3명이나 됐다. 이와 관련해 법원 안에서는 “법원 감정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형사사건처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문서감정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한해 전국 법원의 문서감정사가 처리한 사건 수는 1천여건에 약간 못미쳤다. 하지만 국과수의 한 문서감정관은 “6명의 인력이 1년에 8천여건의 문서를 감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이어 “공인자격 제도를 만들거나 대학에 전문학과를 설치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공인자격제 등 시급
법원의 허술한 문서감정 제도를 악용해 땅을 가로채려는 사기소송이 최근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들에서는 해마다 2~14명의 문서감정사를 선정해, 재판에 제출되는 문서의 서명, 지문날인, 도장 등이 위조되지 않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을 맡긴다. 그러나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문서감정사의 공신력이 떨어지고 있다. 토지사기단의 위조문서를 ‘진본’으로 판정하거나 돈을 받고 허위 감정을 해준 문서감정사, 법원에 이름만 올려놓은 문서감정사 대신 실제 감정을 한 사설 감정사가 종종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4면 이는 법원의 문서감정사 선정요건(재판예규 제529호)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가기관연구소 문서감정실에서 5년 이상 감정·연구한 사람 △이 사람으로부터 문서감정에 관해 5년 이상 연수받은 사람으로, 일정한 시설, 장비만 갖추면 누구나 법원의 ‘공식’ 문서감정사가 될 수 있다. 법원은 이력서, 사업자 등록증, 장비 사진 등의 신청서류를 받은 뒤 범죄경력 조회와 재판부 의견수렴을 거쳐 문서감정사를 선정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과거 허위감정 전력자가 버젓이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직접 사무실이나 장비를 확인하거나, 사후 관리하지도 않는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다른 감정인들과 달리 문서감정사는 국가공인 자격증이나 추천을 의뢰할 공식기관·협회가 없는데다, 전문인력이 워낙 적어 선정요건을 강화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3일 현재 법원 61곳의 문서감정사로 등록된 사람은 17명에 지나지 않는다. 50곳이 넘는 법원에 중복 등록된 문서감정사도 3명이나 됐다. 이와 관련해 법원 안에서는 “법원 감정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형사사건처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문서감정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한해 전국 법원의 문서감정사가 처리한 사건 수는 1천여건에 약간 못미쳤다. 하지만 국과수의 한 문서감정관은 “6명의 인력이 1년에 8천여건의 문서를 감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이어 “공인자격 제도를 만들거나 대학에 전문학과를 설치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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