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정비업소 가기·할증 등 ‘업체 맘대로’
구난장비 표준요금 폐지도 분쟁 부채질
구난장비 표준요금 폐지도 분쟁 부채질
김아무개(34·울산 울주군)씨는 지난 8월19일 자정께 승용차를 몰고 집으로 가다가 경부고속도로 양산 통도사 나들목 근처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뒤따라오던 차량에 추돌을 당해 정신을 잃었다. 병원에서 일주일 동안 치료를 받은 뒤 차량이 보관된 정비업소를 찾았다. 그런데 정비업소가 청구한 요금은 무려 78만원이었다.
사고 차량을 견인차에 매달기 위해 사용하는 구난장비 사용료가 39만원이나 했다. 견인업체는 “폐차를 할 정도로 작업이 어려웠고 구난장비를 3대나 사용했다”고 말했지만 구난장비 사용료가 하나에 12만~15만원씩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고차량을 정비소까지 매달아 간 운임이 6만8300원인 것에도 의문이 갔다. 견인업체는 사고 지점에서 7~8㎞ 거리에 정비업소가 여러 개 있었는데도 16㎞ 떨어진 정비업소에 차량을 갖다 놓은 것이다. 표준 요금표에는 10㎞까지는 5만1600원(2.5t 미만)을 내도록 하고 있으므로 1만6700원이 더 청구된 셈이다.
또 저녁 8시~새벽 6시에 견인작업을 할 때는 견인업체가 운임의 30%를 더 받을 수 있지만 청구서에는 50%인 3만4150원이 적혀 있었다. 규정대로라면 운임 6만8300원의 30%(2만490원)를 받아야 하지만 1만3660원을 더 청구한 것이다. 김씨는 견인업체에 요금이 과다청구됐다며 따졌지만 견인업체는 “원래 이 정도 요금이 나오고 야간에 일을 하다 험한 일을 당하는 위험을 고려하면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결국 김씨는 47만원을 내고 차를 되찾아 폐차시켰다. 보관료 27만원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전액 냈고, 견인료는 상대 차량의 과실이 60%여서 20만원을 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대부분의 사고차량 운전자들이 견인료의 경우 표준 요금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노려 견인업체들이 멋대로 요금을 마구 올리고 있는데도 행정기관의 단속이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 담당자들이 견인업체의 견적서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도 한 원인이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차량은 파손 상태가 심각해 구난장비를 쓰는 사례가 흔한데도 정부가 1997년 구난장비 표준 요금제를 폐지한 것이 요금 분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도로교통과 관계자는“정부에서 구난장비 표준 요금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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