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24일 오전 4공장 정문 앞에서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실린 유인물을 살펴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임단협 여덟달만에 마무리
회사는 기본급 동결 ‘명분’ 노조는 성과급 확대 ‘실리’
비정규직 고용보장 외면…내년 노동법 발효 변수도
회사는 기본급 동결 ‘명분’ 노조는 성과급 확대 ‘실리’
비정규직 고용보장 외면…내년 노동법 발효 변수도
올해 현대자동차 임금·단체 교섭이 여덟 달만에 마무리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옛 현대자동차노조)는 24일 노사의 잠정합의안을 두고 벌인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 참여자의 62%가 찬성해 28일 울산공장에서 노·사 대표가 잠정합의안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지부의 올해 임금·단체 교섭은 지난 4월 노사가 상견례를 시작한 뒤 여덟 달 만에 끝났다.
앞서 지난 21일 노사는 기본급을 올리지 않는 대신에 통상임금의 300%와 일시금 500만원, 회사 주식 40주를 주는 것을 뼈대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노조는 23일 4만5000여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벌였다.
24일 새벽에 끝난 개표에서는 62%의 높은 찬성률이 나왔다. 현장조직의 부결운동으로 찬반이 박빙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이번 노사 교섭이 역대 최대의 금전적 이득을 올렸다는 평가와 교섭이 올해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윤해모 집행부가 교섭을 벌이던 6월에 갑자기 사퇴한 뒤 10월 새로 들어선 이경훈 집행부가 재협상을 벌여야 했던 사정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임금·단체 교섭이 무쟁의로 끝난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15년 만에 파업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한 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 노조는 1994년 이후 임금 및 단체교섭 결렬에 항의하거나 한미자유무역협정체결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마다 한 차례 이상의 부분 또는 전면 파업을 벌였다.
회사는 흑자임에도 기본급 동결이라는 명분을 얻고 노조는 실리를 얻는 등 파업 등 극한 투쟁 없이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가 요구한 고용보장 확약서에 정규직만 포함됐고, 비정규직은 논의조차 하지 않음으로서 대기업 노·사가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소홀히 다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실리노선의 현 집행부가 이번에 무쟁의 노사교섭 타결을 이끌어냄으로써 대표적 대공장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앞으로 대화 중심 노동운동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장규호 노조 홍보부장은 “현대자동차 노조는 실리노선의 집행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갑자기 투쟁성향이 바뀌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더구나 올해 교섭의 핵심의제였으나 내년으로 교섭을 미룬, 주간 2교대(오전 6시~밤 12시 근무)로 바꾸는 문제를 두고는 노·사간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현재는 24시간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특히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개악된 노동법이 내년에 발효되면 실리노선의 현 집행부도 가만 있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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