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활동가 등 모여 제작
“인생 사연 등 적어보세요”
“인생 사연 등 적어보세요”
지난해, 엄마는 30년 넘게 해오던 일을 그만뒀다. 그런데 엄마는 집에서 쉬기만 했다. 엄마는 50대 후반의 나이에 새삼 문화센터나 모임에 나가자니 어색하다고 했다.
문화활동가 이영주(28)씨는 이런 엄마를 옆에서 지켜보며 ‘잊어왔던 자신’을 되찾아주고 싶었다. 마침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이선미(27·시민단체 활동가)씨, 신현주(27·˝)씨와 뜻을 모아 올해 초부터 ‘인생의 오후 2시’를 넘긴 중년 여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여행이나 글쓰기 등도 가능했으나, 엄마들에겐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자서전’이 안성맞춤이었다. 이선미씨는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한 게 50대 여성의 삶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말 못할 사연과 빛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자서전을 내는 일은 돈도 들고 마음먹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세 사람은 지난 7월부터 특별한 일기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빨간색 양장 표지의 ‘레드 다이어리’는 지난달 23일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이 일기장은 주별 일정이나 주소록 등을 갖춰 여느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곳곳에 특별한 공간이 숨어 있다. 수십년 전을 떠올리면서 중·고교 시절 교복 입은 사진을 붙이거나, 내 방을 갖게 된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꾸밀지 생각해보고, 살면서 만난 ‘징그러운 인간들’에 대한 뒷담화도 풀고, 스스로 기자가 되어 닮고 싶은 사람을 인터뷰하는 등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들이다. 일기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 50대 여성들의 검증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이 일기장을 팔아 남긴 수익금으로 내년엔 이주여성을 위한 다이어리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줄 꿈을 가지고 있다. 구입 문의는 cafe.daum.net/JAGI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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