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충남 서산의 한 여관에서 불이 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구릉 바하드 등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화재가 난 여관. 서산/연합뉴스
70년대 건물서 장기투숙 3명 사망·7명 부상
건설현장 등 막노동 일용직들 새벽에 참변
건설현장 등 막노동 일용직들 새벽에 참변
충남 서산의 한 여관에서 불이 나 외국인 노동자 등 투숙객 3명이 숨지고 일용직 노동자 등 7명이 다쳤다. 27일 새벽 3시51분 충남 서산 읍내동 ㅅ여관 2층에서 불이 나, 잠을 자고 있던 네팔인 노동자 구릉 바하드(36)와 공병화(48), 임광옥(58)씨 등 3명이 숨졌다. 또 여관 주인 윤아무개(76)씨와 재중동포 김아무개(57)씨 등 7명이 다쳐 인근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윤씨는 생명이 위독하다. 구조된 투숙객들은 “자는데 갑자기 숨이 막혀 눈을 떠 보니 연기가 꽉 차 있고 천장에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며 “잠결에 기어서 복도로 나갔지만 깜깜하고 연기와 불길 때문에 밖으로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상자들이 대부분 인근 건설현장 등지에서 일해온 일용직 노동자들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불이 난 여관 201호에 장기투숙해오다 숨진 네팔인 바하드는 2000년 입국해 서울과 경기도의 재활용품 분류공장 등에서 일하다 이태 전쯤 서산으로 내려와 일했다. 그는 특히 2005년 4월 체류기간이 끝나 현재는 불법체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팔에 부인과 아들이 있으며 돈을 벌어 고향에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이루려고 한국에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리안드림’을 이루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막노동을 해오다 끝내 이역만리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네팔인 친구 ㅂ씨는 “바하드는 성실해 한달에 150만~200만원을 벌어 대부분 집에 보냈다”며 “3개월 전 만났을 때 부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된다고 하더니 변을 당했다”고 울먹였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씨 등 재중동포 2명도 각각 지난 8월과 9월 국내에 들어와 같은 여관에서 장기투숙을 하면서 서산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여관은 1975년 지어진 3층 건물로 1층은 식당, 2·3층은 6㎡ 크기의 쪽방 12개가 있으며, 서산 일대 건설현장 노동자들과 식당 종업원 등이 주로 이용했다. 불은 3층의 여관 객실 12곳(66㎡)을 태운 뒤 40여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 원인에 대해 경찰은 난방용기에 따른 과열이나 누전 등 여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정확한 화인 조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다. 서산/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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