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이건희 사면 비판
“만약 공정한 경쟁이 가치있는 올림픽 정신이라면, 유죄선고를 받은 범죄자를 사면해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 나서는 것은 옳은 길이 아닐 것이다.”
탈세로 징역3년(집행유예 5년)의 형을 선고받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을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사면 하기로 한 데 대해 <비즈니스 위크> 인터넷판은 29일 “이 대통령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이 전 회장의 특별사면 소식은 외신들도 비중있게 다뤘다. 외신들은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나온 지 4개월만에 한국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그의 힘이 필요하다며 사면하기로 했다는 사실과,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법정 진술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해 법치주의를 무시했다”고 비판한 것을 사실 중심으로 전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이 전 회장 사면 소식을 1면 머릿기사로 싣고, “한국에서는 몇십년간 재벌총수 일가의 범죄에 대해 법원이 가벼운 처벌을 해왔다”며 “그것조차 연례행사처럼 돼있는 대통령의 사면에 의해 지워지곤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런 일처리가 “아시아의 주요 경제국인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가 탄탄하기를 바라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의구심을 키우곤 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은 3면에 비중있게 실은 기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사면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사면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라면서 “한국에서는 재벌 총수가 범죄를 저질러도 경제적 영향력 때문에 사면받는 일이 드문 게 아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지난해 이 대통령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에너지 회장 등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면서 “남은 임기 동안 더 이상 기업인에 대해 사면하는 것은 삼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이 대통령의 약속 위반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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