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온갖 종류의 선인장들로 가득 찬 하우스 속은 어두컴컴했다. 어제 내린 눈이 지붕에 수북이 쌓여 햇볕을 막고있기 때문이다.
“선인장은 이틀만 햇볕을 못 봐도 색깔이 변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예민한 작물입니다. 오늘 중으로 눈을 치우지 못하면 올해 농사를 거의 망칠 뻔했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신종플루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이 부진했는데 사상 최대 폭설까지 덮쳐 속이 타들어간 농민 김덕환(44)·신관숙(44)씨 부부는 일손돕기에 나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장태평 장관 등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산물품질검사원·농협·고양시청 직원 등 70여명은 5일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의 선인장 재배농가를 방문해 폭설로 붕괴 위험이 있는 비닐하우스에 쌓인 눈을 쓸어내는 등 응급복구 작업을 실시했다.
장 장관은 “기록적인 대설로 어려움을 겪는 시설원예농업 현장에 나와 보니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며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조속히 영농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직·간접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4시까지 빗자루와 플라스틱 삽, 밀대 등 제설도구를 들고 20㎝ 이상 눈이 쌓인 비닐하우스 지붕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3개 농가 37동 하우스에 쌓인 눈을 말끔히 치웠다. 이곳 선인장 재배단지는 12~13개동의 비닐하우스가 붙어있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한 동이 무너지면 전체가 연쇄 붕괴할 위험이 큰 곳이다.
제설작업 책임을 맡은 양태선 농림부 식량원예정책관은 “농작물은 피해를 입기 전에 사전예방이 매우 중요하다”며 “비닐하우스에 눈이 27㎝이상이 쌓이면 붕괴위험이 크고 작물의 성장에 지장을 줘 산하기관 직원들과 함께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지원하러 나섰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대설 피해농가에 대한 응급복구가 끝날 때까지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소속기관·단체와 함께 농가 일손돕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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