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 4층 건물…9일 개관식
민주주의의 제단에 몸을 바쳐 6·10항쟁의 불길을 일으킨 이한열 열사의 넋이 머물 곳이 마련됐다.
이한열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는 9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54-38번지에 지하 1층·지상 4층의 이한열기념관 개관식을 연다. 국민 모금으로 마련된 첫 민주열사 기념관이다.
기념관에는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이던 이씨가 1987년 6월9일 정문에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질 때 입었던 피 묻은 옷가지와 운동화 등이 어릴 적 사진 등 유품과 함께 전시돼 있다. 이씨의 습작 시 <그대 왜 가는가> 등도 액자에 담겨 전시됐다. 이씨가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 지은 이 시는 “이끌려 먼저 간 그대 뒤를 따라 사천만 형제가 함께 가야 하는가” 등의 표현을 담아, 그가 운명을 예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기념관에는 또 이씨의 흉상이 놓여졌고, 입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등이 쓴 추모 글이 걸렸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6·10항쟁 과정이 영상으로 상영돼, 민주주의 쟁취 역사의 배움터 구실도 하게 된다.
국가배상금 1억5천만원을 토대로 지난 2003년 건립 운동이 시작된 기념관은 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우상호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모금 운동을 이끌어 왔으며, 대출금을 포함해 4억8천만원의 재원으로 마련됐다.
이씨 어머니 배은심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열이가 공부하고 활동하던 학교 근처에 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그 건물이 기념관이 아니라 한열이의 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씨는 “지금도 내 아들이 남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