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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200년전 표류기, 휴지로 쓸뻔 했죠”

등록 2010-01-06 18:04수정 2010-01-06 18:44

최덕원(76) 전 순천대 교수
최덕원(76) 전 순천대 교수
전남도 문화재된 문집 ‘유암총서’ 발견자 최덕원씨
조선시대 홍어장수 문순득(1777~1847)은 1802년 1월18일 전남 신안 흑산도 인근 바다에서 풍랑을 만났다. 25살 때였다. 일본 류큐까지 밀려간 그는 아홉달 만에 중국을 향해 출발했지만, 또다시 표류해 1802년 11월1일 필리핀의 루손섬에 도착했다. 문순득은 여덟달 만인 1803년 9월9일 필리핀을 출발해 마카오와 중국 광둥~난징을 거쳐 1805년 1월8일 고향 신안 우이도(소흑산도)로 돌아왔다. 3년 2개월여 만이었다.

문순득의 기막힌 표류 전말은 실학자 정약전(1758~1816)을 통해서 후세에 알려질 수 있었다. 다산 정약용의 친형인 실학자 정약전은 정조 사후인 1801년 신유박해 때 흑산도에 유배를 온 뒤 문순득의 표류 이야기를 95쪽 분량의 ‘표해시말’로 남겼다. 이글은 다산의 제자 이강회(1774~1830)의 문집 <유암총서>에 실렸다.

30년전 연구차 우이도 갔다 고서더미서 찾아
홍어장수 중국·필리핀·마카오 떠돈 기록 실려

전남도는 5일 홍어장수 이야기가 실린 <유암총서>와 이강회의 또다른 문집 <운곡잡저>를 도 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운곡선설>은 문순득이 표류 여정에서 관찰한 오키나와·필리핀·마카오 등의 선박 실태와 정보가 유일하게 실려 있는 자료다. ‘표해기록’의 제 2부인 셈이다.

<유암총서>는 150여년 동안 묻혀 자칫 영원히 사라질 뻔 했다. 이 문집은 1979년 섬 민속 연구를 위해 우이도를 찾았던 최덕원(76·사진) 전 순천대 교수가 발견했다. 문순득의 후손 문채옥(90)씨의 집 뒤주에 쌓여 있던 고서 더미 속에서 필리핀 말이 적힌 ‘표해시말’을 찾아내 번역해냈다. 최 전 교수는 “문씨가 집에서 휴지로 사용해오던 고서 더미에서 표해시말을 발견했을 때 짜릿한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목포대 사학과에서 ‘조선 후기 문순득의 표류와 세계인식’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인 최성환(39) 신안군 사무국장은 “문순득은 조선시대 외세가 밀려오기 전 바깥 세상을 보았던 진취적 기상을 지닌 인물이었다”며 “유암총서의 전남도 지정 문화재 지정이 흑산도와 우이도의 정약전과 문순득의 행적을 재조명하고 관련 유적지를 찾아 보존하는 사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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